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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우리나라에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의 정당이 있습니다. 귀하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
여기 두 가지 문항이 있다. 묻는 내용은 같지만 자세히 보면 정당 순서가 다르다. 기준은 다음과 같다. 전자는 ‘가나다 순’으로, 후자는 ‘의석 수’를 기준으로 원내 5당을 나열했다.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한국당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특히 ‘가나다 순’이 “여론 왜곡을 초래한다”고 규정하며 한국갤럽을 상대로 맹공을 퍼붓고 있다. 한국갤럽은 현재 유일하게 ‘가나다 순’으로 정당지지도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박성중 한국당 홍보부문장은 지난 5일과 13일에 걸쳐 ‘한국갤럽은 여론조작 기관’이라는 기자회견을 열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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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갤럽의 한국당 지지율은 타 여론조사 기관보다 평균적으로 낮게 측정되고 있다. 3월 1주(3.6~8 집계) 측정한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민주당 49%, 한국당12%·바른미래당 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리얼미터가 집계한 한국당 지지도는 20.2%다. 최근 4개월 추이도 비슷하다. 갤럽은 11~14% 수준인 반면 리얼미터에서는 17~20%를 유지했다.
이런 차이가 ‘질문 순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한국당 주장이다. ‘가나다순’으로 질문할 경우 한국당은 네번째에 불리지만, ‘의석수’ 순서로 질문할 경우 민주당에 이어 두번째로 불린다. ‘먼저 불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제가 깔린 셈이다.
그러면서 엄연히 ‘의석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116석을 보유한 한국당을 바른미래당(30명)·민주평화당(14석)보다 후순위에 놓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본부장은 “의석수 순서는 전세계적인 추세”라며 “1석과 100석이 같은 대우를 받을 순 없다”고 부연했다.
갤럽 “가나다순이 지지도에 영향? 근거 없어”
하지만 갤럽 측은 ‘가나다순이 지지도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가나다순은 질문 표기 순서일 뿐이며 조사과정에서 모든 정당명을 ‘랜덤’하게 제시하므로 확률상 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선관위 규정에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선거여론조사 제6조 3항에 따르면 여론조사는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일정한 간격에 따라 순환하는 방식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석수’나 ‘가나다순’ 모두 선관위가 허락한 방식으로 결국 로테이션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 갤럽은 한국당의 주장을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여론조사 기관을 상대로 한 압박’이 아니냐며 불쾌해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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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다른 여론조사기관과의 지지율 차이는 조사방법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반박했다. 한국갤럽은 조사원이 직접 묻고 응답을 받는 인터뷰 방식을 쓰는 반면 리얼미터는 ARS 자동응답방식을 택하고 있다. 전자의 응답률이 20% 수준인 반면, ARS의 경우 5% 안팎이다. 이 차이가 최종 정당지지도 차이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의석수·가나다순..유의미한 차이없다”
전문가들도 갤럽과 비슷한 입장이다. ‘의석수’든 ‘가나다순’이든 표기 순서가 유의미한 오차로 연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입을 모은다. 낮은 지지율의 원인을 찾다보니 질문표기 순서로 잘못 옮겨간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로테이션’이 중요하지, 의석순이든 가나다순이든 큰 차이는 없다”며 “의석순이든 가나다순이든 로테이션 순서상 처음에 나올 민주당이 1000명 조사에서 1번 정도 더 제일 먼저 불릴 가능성이 있을 뿐이나 이 역시 통계상 의미는 없다”고 했다.
또다른 여론조사 기관 대표 역시 “가나다순이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며 “한국갤럽이 리얼미터 등과 차이가 나니,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조사 방식처럼 왜 하지 않느냐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되레 ‘의석수’로 정당 순서를 정하는 게 오히려 정치적 편향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반박도 나왔다. 소수정당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형식 한국리서치 소장은 “현재 선관위는 가나다순·의석수 순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며 “자칫 의석수로 법을 정하면 3·4당이 문제를 제기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