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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본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인수전이 꼬일대로 꼬이고 있다. 도시바가 시간에 쫓긴 나머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K하이닉스 등 한미일연합과의 본계약 협상과 별개로 인수 의지를 내비친 두 곳과 동시 협상을 시작했다. 사실상 우선협상 지위가 사라진 셈이다. 매각을 둘러싼 도시바-웨스턴디지털과의 법정 공방도 본격화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도시바의 히라타 마사요시(平田政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1일 저녁 주요 채권은행 대상 반도체 부문 매각 현황 설명회에서 미국 반도체 회사 웨스턴디지털, 타이완 훙하이정밀공업(鴻海·폭스콘)과도 협상을 재개했다고 밝혔다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한미일연합과의 협상이 난항 끝에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연합에는 일본 정부계 자본의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베인캐피탈과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됐다.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28일 본계약을 맺었어야 했으나 SK하이닉스의 참여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전의 또 다른 핵심 변수인 웨스턴디지털과의 법정 공방도 본격화했다. 샌프란시스코 카운티 고등법원은 11일(현지시간)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 직원에게 정보와 칩 샘플에 대한 접근 권한을 계속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양사가 갈등 관계에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지분 협력 관계라는 게 그 이유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합자법인 공동 지분투자를 통해 일본 내 요카이치(四日) 반도체 공장을 공동 운영했다. 또 웨스턴디지털은 이를 근거로 매각 절차 중단을 주장해 왔다. 법원의 이번 결정이 즉각적인 매각 중단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양측의 법적 관계를 법원이 인정한 만큼 도시바로선 더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법원은 이와 관련해 오는 28일 추가 심리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