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기술 창업 투자 프로그램 팁스(TIPS) 운영사를 맡고 있는 한 투자사 대표는 올해 팁스 사업비가 삭감된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줄이면서 팁스 협약기업 사업비도 덩달아 20% 삭감하기로 한 것이다. 팁스에 선정되면서 계약서에 기재된 지원금을 믿고 투자와 보육을 진행하던 민간 운영사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올해 중소기업 R&D사업 협약 변경 설명회를 권역별로 개최하고 있다. 중소기업 R&D사업의 국회예산이 확정됨에 따라 정부 출연금이 조정됐고, 이에 따라 지원금이 삭감돼 협약 변경이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자리를 개최한 것이다.
올해 편성된 중기부 R&D 사업 예산은 1조4097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2.7% 줄었다. 예산을 줄인 세부 사업은 24개로 이 중 팁스 프로그램이 해당되는 창업성장기술개발 사업 예산도 포함됐다.
이번 협약 변경 통보는 올해 팁스 프로그램을 졸업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2년차에 협약했던 금액에 비해 20% 줄어든 금액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에 중기부 관계자는 “창업성장기술개발 사업비의 20%가 일괄 감액되다 보니 올해 종료되는 팁스 과제들의 지원금도 감액된 것”이라며 “올해 새롭게 선정되는 과제들은 개수를 늘릴 예정으로 발표한 바와 같이(책정된 예산이 늘어난 만큼) 감액도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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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스타트업들은 뒤늦은 통보에도 열분을 토하고 있다. 올해 예산안이 지난해 12월 21일 통과됐지만 이번 주가 돼서야 팁스 관리 기관으로부터 지원금 삭감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상황 파악조차 쉽지 않았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특히 팁스 지원금 중 미지급된 금액을 올해 배정받기로 했던 기업들 역시 감소 안내를 받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2년 팁스에 선정된 한 스타트업 대표는 “1차년도인 재작년에는 지원금을 제대로 배정받았으나, 2차년도인 지난해에는 사업비 중 일부를 마지막 해인 2024년 초에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이제는 작년에 받아야 할 지원금이 밀린 것도 모자라 감액까지 됐다”며 “심한 경우 직원들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회사를 문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팁스가 민간주도의 유망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만큼, 액셀러레이터(AC) 역할을 하는 운영사들 역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팁스 프로그램이 창업 3년 이내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다수 초기투자기관이 운영사로 활동하고 있다. 팁스 운영사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예산이 없으면 올해 선정 기업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많은 이해관계자가 엮여 있는 만큼 갑자기 기존 선정된 기업에 책정된 예산을 줄인다고 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에 중기부는 “내년도까지 진행되는 과제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예산 편성을 하면서 우선 배정하려고 올해 협약 대상에 통보하지 않았다”며 “현재 협약 변경을 안내한 기업들과도 서로 충분한 협의를 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