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지난해 8월 동양생명과 ABL생명 동시 인수를 발표하며 보험업까지 사업 영역 확대를 선언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불법 대출 문제가 터지면서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진행되는 상황이었고 현 경영진까지 연루되며 인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금감원이 앞으로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3등급 이하로 나오면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가 무산될 수도 있다. 경영실태평가란 2~3년마다 금융기관들의 경영부실위험을 파악하는 평가로 전체 5등급 중 우리금융은 현재 2등급이다. 금융지주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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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가만 1조 5000억원을 넘으면서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CET1 비율이 당국 권고치인 12% 아래로 떨어진데다 최근 고환율 대응과 인수가 지급에 따라 CET1비율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위기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원화값이 현재 추세대로 하락하면 금융지주가 밸류업 구상을 발표할 때 공약했던 13% 수준을 밑돌 수 있고 인수·합병(M&A)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손 전 회장의 수백억원 부당대출을 우리금융·은행 전·현직 경영진이 사전에 인지하고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에 자본 여력이 충분한지도 철저히 보겠단 입장이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총 인수가액은 1조 5493억원에 달한다. 동양생명 인수 지분 75.34%(1조 2840억원), ABL생명 100%(2654억원) 등이다. 문제는 우리금융이 1조 5000억원이 넘는 돈을 인수자금으로 쓰면 CET1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금융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할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계획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3분기 기준 CET1 비율이 당국 권고치인 12% 아래로 떨어져 11.96%를 기록했다. 이는 KB금융 13.85%, 신한금융 13.13%, 하나금융 13.17% 등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CET1 12.5% 조기달성을 공언했지만 업계에선 동양·ABL생명 인수 시 CET1 비율이 0.06%포인트 추가 하락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가 이어지면서 추가적인 CET1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보험사 인수로 하락하는 CET1비율은 0.06% 포인트 수준이다”며 “인수 후에는 매년 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을 인수해도 CET1 비율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했지만 고환율 상황에서 인수 자금까지 빠져나가는 만큼 비율은 낮아진다”며 “올해 목표한 12.5%까지 CET1 비율을 높이려면 산술적으로 매 분기 0.125%포인트씩 올려야 하는 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