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도 가지마라?"…외교부 여행경보 실효성 논란

4단계로 분류하는 '여행경보' 분류기준 애매해
부르키나파소 테러 잦지만, 바르셀로나와 같은 등급
외교부 홈페이지, 2015년 6월 현황정보가 마지막 글
납치 부르키나파소 "정세 안정, 대선 순조로와" 평가
  • 등록 2019-05-13 오후 5:19:54

    수정 2019-05-13 오후 5:52:58

△부르키나파소 여행경보 상황. [사진=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이데일리 김은비 인턴기자] 외교부가 국민의 안전한 해외여행·체류를 위해 지정하는 ‘여행경보제도’가 애매한 기준과 느린 정보 업데이트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외교부는 각국의 치안정세·테러위협·정치적 불안·자연재해 등을 고려해 4단계로 여행경보를 나눈다.

1단계 여행유의(남색경보, 신변 안전유의), 2단계 여행자제(황색경보, 신변안전 특별유의, 여행 필요성 신중 검토), 3단계 철수 권고(적색경보, 긴급 용무가 아닌 한 철수, 가급적 여행 취소 및 연기), 4단계 여행금지(흑색경보, 즉시 대피 및 철수) 등 4단계다.

이번에 한국인 여성이 납치된 곳은 부르키나파소는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라로, 북부 4개 지역을 제외하고는 ‘여행자제’(황색경보) 지역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여행자제 지역은 부르키나파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한국인들이 수시로 여행을 가는 벨기에 브뤼셀이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도 외교부가 지정한 여행자제 지역이다. 연간 2000만 명이 찾는 바르셀로나가 여행자제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는 건 이 경보가 여행객들에게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범죄율이 높은 짐바브웨나 살인율이 전 세계 1위인 온두라스도 같은 모두 여행자제 지역으로 묶여 있다. 외교부의 경보지역 분류만으로는 실제로 어느 정도의 위험도를 의미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부르키나파소에 대한 정보는 2015년 6월 여행자제 지역으로 하향조정 될 때를 마지막으로 전혀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외교부 사이트는 ‘국가별 최신안전소식’ 메뉴를 통해 국가마다 출국 전 꼭 알아야 할 최신 안전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부르키나파소에 대해 “국내정세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금년 10월 예정인 대선 준비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4년 전에 올라 온 글이 버젓이 공개돼 있다.

부르키나파소에는 2015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정치 불안으로 잦은 테러와 폭력에 시달려왔다.

CNN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이 지역에서 테러가 급증해 미국도 지난 4월 이곳을 3단계 철수 권고 지역으로 지정했다. 프랑스 외교부도 부르키나파소를 철수 권고 지역으로 지정했다.

납치 되었던 여성이 부르키나파소가 위험 지역인지 알았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는다. 외교부에 따르면 여성은 철수 권고 지역인 말리도 방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르키나파소 동부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기존 2단계 황색경보에서 3단계인 철수권고로 상향 조정하고, 베냉에 여행경보를 발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부르키나파소에서 인질로 잡혔다 풀려난 한국인 여성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다. 여성은 부르키나파소에서 여행을 하던 중 납치 되어 28일동안 억류되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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