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김응열 기자] “삼성의 감산도 한계는 있을 겁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 “수요 회복의 강도가 관건이 되겠죠.”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
삼성전자가 27일 올해 1분기 확정실적을 발표하면서 2분기부턴 감산 효과에 따른 재고 감소, 하반기부터는 수요 회복이 각각 가시화해 메모리 반도체 ‘업턴’(상승 전환기)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지난 7일 1분기 잠정실적 발표 당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1998년 이후 25년 만에 감산을 공식화한 삼성이 그 효과까지 직접 예측한 건 처음이다. 여기에 DDR5·LPDDR5 등 첨단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3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이하 공정을 통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을 강화, 불황을 극복하겠다는 게 삼성의 복안이다. 이 와중에 미래 준비를 위해 올 1분기에만 연구개발(R&D)·시설투자에 각각 사상 최대·1분기 기준 최대인 6조5800억원·10조7000억원씩을 쏟아붓기로 한 배경이다. 향후 업턴 때 메모리를 넘어 반도체 전체 왕좌의 자리를 노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SK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전날(26일·0.79%)에 이어 이날도 0.78% 강세를 보였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고금리·우크라이나 사태·미미한 중국 리오프팅 효과 등 대외 환경이 밝지만은 않은 만큼 수급개선 등 삼성의 예측이 척척 들어맞을진 미지수란 의견도 적잖다.
삼성전자는 이날 연결 기준으로 1분기에 매출 63조7454억원·영업이익 6402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이다. 그럼에도 김재준 삼성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감산을 언급, “2분기부터 재고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폭은 하반기에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진행돼 하반기 수요는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도 했다. 감산은 재고가 쌓인 DDR4 등 범용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화성 사업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변수가 많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하반기 업황 자체가 회복된다 해도 선단제품 비중이 높지 않은 데다 금리와의 전쟁·경기 둔화 가능성 등 변수가 워낙 많아 신제품이 나오는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적자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미국 경기선행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PMI)가 회복세로 돌아선 데 비춰 최악의 경기 상황은 지나가는 것 같다”며 “메모리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파운드리·시스템 모두 연내 회복이 예상된다”고 했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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