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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는 앞선 7월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데 대해서도 추가 제재를 결정했으나 33일 걸렸다. 유례없는 속도전이다. 대북 제재안에 소극적이던 중국과 러시아도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 결정이 북한을 둘러싼 주변국 긴장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끈다.
①北 제재 실효 있을까
이번 제재안은 역대 최고 수준이기는 하지만 북한과 김정은 정권을 원천 봉쇄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평가다. 미국이 앞서 마련한 초안에는 북 정권 생명줄인 원유 공급 차단 내용이 담겼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고위 관계자 5명의 자금 거래를 동결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중국·러시아와의 조율 과정에서 제재 수위는 낮아졌다. 블랙리스트에는 박영식 인민무력상만이 포함됐다.
원유 공급도 연 400만배럴로 추산되는 현 수준을 유지키로 했다. 이 대신 연 450만배럴 규모로 추산되는 휘발유·경유 같은 정유제품 대북 수출 상한을 200만배럴로 낮췄다. 북한 유류 공급의 30%는 차단했다는 게 미국측 설명이다. 여기에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섬유·의류 수출도 전면 금지된다. 북한의 대중국 섬유·의류 수출액은 2015년 기준 8억달러(약 9000억원) 대중국 수출 품목 1위로 알려졌다. 북한의 또 다른 노동자 외국 파견도 신규 허가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중국·러시아가 새 제재안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북한으로선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제재가 완벽히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을 뿐 아니라 제재 수위도 낮아지면서 핵무기 보유만이 체제 유지를 담보한다고 생각하는 북한 정권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한계가 있으리란 전망도 있다. 북한 외무성은 앞선 11일 대북제재가 채택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대북 강경 태세인 일본 내에선 북한이 미사일 발사가 아니더라도 한·미·일 기관·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해 온 미중 양국 관계가 이번 제재 합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완화하리란 기대감도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결의안 채택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연대가 없었다면 채택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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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北-中관계 경색 우려도
옛 혈맹인 북한과 중국 양국 관계는 금이 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북·중 양국은 안 그래도 수년 전부터 상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이상신호를 보였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재차 핵실험을 진행해 안보리 결의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추가 제재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했다. 또 북한에 안보리 결의 준수와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말뿐 아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각 금융기관에 유엔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기업과의 금융 거래를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일본 관영 NHK는 중국 4대 국영은행이 외교관을 포함한 북한 국적자에게 모든 계좌에서 예금 전액을 찾아가도록 했다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엔 제재 외에 중국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에 나선 것이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한 중국 제재에 나서기 전 스스로 대북 강경책을 꺼내 든 모양새다.
중국이 북한의 체제 붕괴를 바라지 않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더는 핵무기 개발을 앞세운 김정은 정권의 행보를 두고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중국이 공들여 개최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개막식에 맞춰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불편케 했었다. 게다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선 그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을 대외에 과시해야 할 때다. 중국은 19차 공산당 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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