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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군에 사는 A씨는 지난 2018년 같은 마을 주민 B씨의 집 뒷길에서 자신의 남편과 B씨의 친척이 듣는 가운데, B씨에게 “저것이 징역 살다 온 전과자다. 전과자가 늙은 부모 피를 빨아먹으려고 내려왔다”라고 크게 소리쳐 공연히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A씨는 같은 해 마을 주민들을 수차례 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도 받는다. 1심은 A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징역 6월을 선고했지만 2심은 A씨의 일부 피해자에 대한 폭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4월로 형량을 낮췄다.
이날 상고심 쟁점은 소수의 사람에게 유포한 사실이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명예훼손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이른바 ‘전파가능성’ 법리 적용 여부였다.
대법원은 “전파가능성 법리는 대법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 온 것으로 현재에도 여전히 법리적으로나 현실적 측면에서 타당하다”며 “명예훼손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침해 결과를 요하지 않고 명예를 훼손할 위험성이 발생한 것이 충분한 이상, 소수의 사람에게 발언했다고 하더라도 그 탓에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가져온 경우 공연히 발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김재형·안철상·김선수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내고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기 어려워 구체적 적용에 자의가 개입될 소지가 크다”며 “전파가능성 개념은 공범의 법리를 오인한 결과이며, 이를 통해 공연성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외국의 입법 추세와도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