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앞으로 대출금리도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SVB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들고 있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어 시장은 다소 혼란스런 국면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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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픽스 또 0.29%p↓…주담대 변동금리 16일부터 하향조정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53%로 전월(3.82%)과 비교해 0.29%포인트(p) 하락했다. 앞서 12월 기준 코픽스가 11개월 만에 처음 내림세로 돌아선 뒤 세 달 연속 하락한 것이다. 코픽스는 지난해 11월 기준 4.34%에서 12월 4.29%, 올해 1월 3.82%, 2월 3.53%로 내림폭을 키웠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농협,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국민, 한국씨티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이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은 16일부터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이날 4.92~6.32%에서 16일 4.33%~5.33%로 인하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5.39~6.39%에서 5.10~6.10%로 하향 조정한다. NH농협은행도 4.53~5.84%에서 4.22~5.53%로 낮출 예정이다.
신한·하나은행의 금리도 시차를 두고 점차 하락할 전망이다. 양사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에 단순히 코픽스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고, 매일 금융채 금리에 따라 기준금리를 산정한다. 여기서 신한은행은 직전 3영업일 평균을, 하나은행은 직전 하루의 종가 금리를 반영한다. 가령 신한은행에서 16일 대출을 받는 고객은 직전 3영업일인 13·14·15일 금융채의 평균을 반영한 금리를 적용받는 식이다.
다만 모든 상품의 대출금리가 낮아지진 않는다. 잔액 및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보다 상승했다. 잔액기준 코픽스는 3.67%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신잔액기준 코픽스는 1월보다 0.05%포인트 오른 3.07%로 집계됐다.
은행연합회는 “잔액 및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일반적으로 시장금리 변동이 서서히 반영된다”면서 “코픽스 연동대출을 받고자 하는 경우 이러한 특징을 충분히 이해한 후 대출상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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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관계자는 “코픽스가 3개월 연속 내렸고 SVB 파산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보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당분간 대출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중순만 하더라도 국민은행에서 30년 만기(원리금균등 방식)로 5억원의 대출을 받은 차주의 총 대출이자는 최저 금리 기준(연 5.62%) 약 5억3561만원이지만 16일부터는 최저금리가 연 4,33%를 적용받게 돼 약 3억9394만원으로 1억4167만원 줄게 된다. 월 상환액은 288만원에서 248만원으로 약 40만원 낮아진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론 시장금리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 자체가 너무 커진 상황이라 대출금리 향방을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대출금리 상방 압력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코픽스가 하락세이고 정부도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어 단기적으로 대출금리가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은 존재하나 미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폭에 대한 조정은 가능해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취약차주 등 기존대출자의 실질적인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감독 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