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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최대 위기에 빠졌다. 테슬라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기차인 ‘모델X’가 폭발하며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다시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악재에 시달리는 테슬라가 이러다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101호 고속도로에서 한 모델X 차량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난 뒤, 뒤따르던 다른 2대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차가 불길에 휩싸이며 폭발했고, 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는 숨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테슬라의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으로 꼽힌다. 목격자에 따르면 사고가 난 모델X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곧 화염과 함께 차량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모델X의 운전자는 사망했지만, 다른 충돌 차량의 운전자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사고가 난 모델X가 자율주행모드 상태였는지도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지난 19일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애리조나 주 피닉스 교외의 한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몰던 40대 여성을 들이받아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애리조나 주는 우버의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무기한 중단시킨 상태다. 만약 테슬라 모델X의 이번 사고가 자율주행모드와 관계 있다면 전 세계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성에 회의론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에도 미국 플로리다에서 자율주행모드를 켜 놓은 테슬라의 모델S가 트레일러를 들이받아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트레일러 옆면이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차량의 컴퓨터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미국 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충돌 시 이 차량이 자율주행모드였는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자율주행 시스템의 상태가 조사의 주요 초점이 아니라고도 했다. 테슬라는 운전자가 핸들에서 일정 시간 손을 뗄 경우 계기판을 통해 경고를 보내고, 이를 무시하면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분위기다. 27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8% 급락한 279.18달러를 기록했다. 주가만 떨어진 게 아니다. 테슬라의 기업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테슬라 신용등급을 B2에서 B3로 한 단계 강등했다. B로 시작하는 등급 중에서 가장 낮은 단계다. 부도 위험이 높은 ‘정크본드’ 수준이라는 뜻이다. 무디스는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의 생산 차질이 심각하고 유동성 압박도 크다”면서 신용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테슬라의 신용등급을 C등급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테슬라와 머스크에 대한 환호가 아예 없어진 건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 제이슨 칼라카니스는 “테슬라는 가장 훌륭한 차를 만드는 회사다. 테슬라는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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