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계엄에 휘청인 환율…외화채 발행 기업 부담 커지나

원·달러 환율, 비상계엄 직후 1440원까지 치솟아
현재 1410원대에 거래…안정화됐지만 불안감 여전
환율 상승 시 외화채 발행 및 상환 부담 확대
  • 등록 2024-12-04 오후 3:26:19

    수정 2024-12-04 오후 3:26:19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외화채 발행 기업들의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환율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탓에 외화채 발행 과정에서 비용 등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달러화.(사진=연합뉴스)
4일 하나은행 고시환율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오후 2시 33분 기준 1411원으로 전 거래일 종가(1402.9원) 대비 8.1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는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까지 급등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를 넘어선 것은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 여파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졌던 2022년 10월 25일 이후 약 2년여 만이다.

이처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화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비상계엄으로 흔들렸던 환율 시장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외화채 조달 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치솟으면 외화채 발행 기업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외화로 발행된 채권의 원리금이 급등한 환율로 인해 상환 부담이 확대되는 데다 발행 예정인 채권 역시 환율 변동으로 더 높은 금리와 부수비용을 요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국가 신용도가 하락하고 자본 유출이 가속화하면 환율이 상승해 기업들의 외화 조달 위험이 커진다. 환율 상승이 외화채권 이자 상환을 위한 신규 차입 비용과 금리를 동반 상승시켜 기업의 채무 재조정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외화 수익 비중이 낮은 기업의 경우 자산과 부채의 불일치가 심화할 수 있다.

환율 헤징(가격 변동 인한 손실 줄이기 위한 투자) 비용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다.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업들이 외화채 상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선물, 옵션 등 헤징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이다. 헤징 비용 상승은 순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고려하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발행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2024년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도 지난 5월 24일까지 257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246억원 대비 10억 달러 넘게 증가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았던 지난 1월에만 103억 달러가 조달됐다.

올해 외화채 발행 주요 기업으로는 SK하이닉스(000660)와 SK온, 기업은행, KT(030200) 등이 있다. 이 중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서 15억 달러 규모의 달러채 발행에 성공하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트랜치(tranche)는 3년과 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으로 각각 5억 달러, 10억 달러 규모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계엄에 따른 환율 변동성은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상승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며 “환율 상승으로 외화채 시장에서 신규 발행 시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상환 부담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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