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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 환율 40원 이상 급등
11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원화는 이달 들어 10일까지 미 달러화 대비 2.3%가량 급락했다. 16개 주요국 통화 대비 낙폭이 가장 컸다. 유로와 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이달 0.6% 오른 점을 고려해도 원화 가치가 유독 절하됐다.
원화 다음으로 가장 많이 떨어진 통화는 호주 달러화(-1.9%), 뉴질랜드 달러화(-1.8%), 일본 엔화(-1.3%), 브라질 헤알화(-1.2%) 등이다. 2%대로 하락한 건 원화가 유일했다. 원화와 동조성이 강한 중국 위안화는 보합(0.0%)에 그쳤다.
11월까지만 해도 미국 경기 호조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에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환율은 1390~1400원을 넘나들고 있었다.
이후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발되면서 정국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난 9일 환율은 17.8원 급등해 다시 1438.3원으로 치솟았다. 12월 들어 환율은 지난 10일 하루를 제외하고 7거래일 내내 상승했다.
주목할 점은 이달 들어 달러인덱스는 106포인트에서 소폭 등락하며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환율 급등이 원화 고유의 리스크가 부각된 탓이라는 뜻이다.
2차 탄핵 실패·美 물가 반등 관건
유일하게 환율 상승 속도를 제어하고 있는 건 정부다. 정부는 시장이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 유동성 무제한 공급, 채권시장안정펀드 및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등 시장 안정 조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또 장중 강한 실개입이 나오면서 환율 상단을 틀어막고 있다.
만약 이번 2차 탄핵 표결도 무산된다면 지난 9일의 ‘검은 월요일’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말에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다 음주 월요일에 환율은 또다시 급락할 수 있다”며 “연고점인 144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 외환당국의 경계감으로 인해 추가 상승은 제한되겠지만 1450원까지는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차 탄핵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환율 단기 상단을 1450원 이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또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 원화가 최약체인 상황에서 미국 물가 반등으로 인해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마저 불투명해진다면 환율에는 더욱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이 강하게 부각된다면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이는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국 불안이 장기화된다면 경제 펀더멘털과 단기 자금 이탈 리스크로 외환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