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김학의 사건' 두고 연일 이첩 고민…"졸속입법 탓" 지적도

권익위 '김학의 사건' 공익신고 공수처에 수사 의뢰
'수사 외압' 이성윤 이첩 당시 檢과 충돌
법조계 "수사 여건·연속성 고려…檢 이첩 적절" 전망
연일 사건 처리로 도마 오르자 일각선 입법 자체 비판까지
  • 등록 2021-03-31 오후 5:45:10

    수정 2021-03-31 오후 5:45:10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월 접수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이하 김학의 사건)’에 대한 공익신고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의뢰한 가운데, 이미 한차례 관련 사건을 검찰에 이첩한 김진욱 공수처장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사 인력조차 채 구성하지 못한 공수처의 여건을 고려하면 검찰로 다시 이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 속에, 일각에서는 여권의 공수처법 ‘졸속 입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 권익위가 전날(30일) 발표한 ‘김학의 사건’ 공수처 수사 의뢰에 따라 관련 서류를 받고, 사건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날 출근길에 “오늘 관련 서류가 올 것 같은데, 분량이 어느 정도 될지 모르겠다”며 곧장 사건 검토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권익위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김학의 사건 수사 의뢰 배경과 관련 “신고 내용이 구체적이고 신고자가 제출한 관련 자료 등으로 미뤄볼 때 수사 기관의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해당 공익신고는 성접대 등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던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공문서 조작 등 불법적인 조치가 있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등이 피신고인으로 명시돼 있다.

공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사건 처분 방식에 대한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이미 공수처는 ‘김학의 사건’ 중 이 지검장과 이 검사 부분을 검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기소권’을 두고 검찰과 얼굴을 붉혔다. 김 처장은 수사는 검찰에 맡기되,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결정한다는 유보부 이첩(재량 이첩)을 주장했고, 이에 검찰은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김학의 사건’ 역시 검찰에 이첩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공수처가 앞서 이 지검장과 이 검사 사건을 이첩하면서 그 배경으로 수사 인력 부족을 들었는데, 현재 공수처의 상황은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다음달 2일 부장검사 선발을 위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아직 수사 인력 구성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현재 사건을 검토할 수 있는 검사는 김 처장과 여운국 처장 둘 뿐인 처지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이제 부장검사 면접을 진행하고 있고, 다음달에 수사관을 뽑는 등 현재 수사 여력이 없다”며 “공수처가 사건 처리를 미룬다면, 수사 지연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관측했다.

‘수사 연속성’도 검찰 이첩의 근거로 꼽힌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수사의 목적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합당한 수사 기관에 보내는 것이 맞다”며 “사실상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수원지검에 사건을 이첩하는 것이 맞다”고 분석했다.

물론 공수처가 직접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지만, 꼭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한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막상 공수처가 사건을 맡는다면 실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당장 경찰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에 대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가 욕심만 부린다고 될 일은 아니므로, 입장을 잘 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연일 사건 처리를 두고 고심에 빠지자, 일각에서는 여권의 ‘졸속 입법’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사 비리에 대해선 공수처가 수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공수처가 수사 인력 등 준비가 안 돼 수사를 못하고 있는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권이 검찰 개혁 내세우며 공수처 출범을 역사적 사명인 양 밀어붙인 결과”라며 “체계적인 준비 없이 공수처를 간판만 달아 출범시킨 것에 대해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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