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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피치 레이팅스(Pitch Ratings)가 최근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남북의 직접적인 군사 분쟁을 여전히 낮을 수준으로 점쳤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긴장은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피치는 1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 계획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가 한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이나 중국과의 무역 마찰로 이어지며 더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피치는 또 “남·북한이 서로 공격하는 건 잃을 게 너무 많아서 직접적인 (군사적) 분쟁은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북한으로선 정권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치는 통일 역시 대규모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군사적 분쟁 이상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통일 비용을 추산하는 건 어렵지만 한국 국회 내 예산처는 약 45년에 걸쳐 평균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9%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그러나 “수년째 이어져 온 긴장 속에 (북한을 둘러싼) 전략적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핵무기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이것이 현실화할수록 미국의 선제 군사대응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또 서로의 착각만으로도 예기치 않은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 피치는 “어떤 이유에서든 분쟁이 발생한다면 한국 경제에는 급격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이나 무역 흐름도 붕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피치는 특히 한국이 전자·자동차 부품 부문의 주요 생산국이란 점에 주목했다.
피치는 한반도 갈등이 전 세계 경제에 미칠 가능성도 언급했다.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와의 무역까지 중단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강행한다면 세계 양대 경제 대국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 전체 수출의 5분에 1에 달하는 최대 수출 시장이다. 또 양국 간 무역 마찰은 이 무역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