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정부가 사법부의 가수 유승준(47·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씨 비자 발급 소송 최종 승소 판결에 존중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관계부처와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30일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 향후 관계부처와 협의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자 심사와 발급 권한을 지닌 법무부와 해당 발급 업무를 시행하는 외교부 산하 재외공관, 병무청 등 관계기관이 후속 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는 이날 유씨가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여권·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이날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상고 사건 중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1997년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한 유씨는 공익근무요원 소집 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지난 2002년 1월 공연 목적으로 미국 출국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에 병역을 의도적으로 기피했다며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고 병무청과 법무부는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유씨는 2015년 LA 총영사에 재외동포(F-4) 체류 자격으로 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이를 거부 당하자 해당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2020년 3월 대법원은 외교부가 비자 발급 거부 통지를 문서로 하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 유씨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직후 유씨는 비자를 다시 신청했지만 LA 총영사 측은 “유씨의 병역의무 면탈은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발급을 재차 거부했고, 유씨는 2020년 10월 LA 총영사를 상대로 두 번째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LA 총영사 측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2010년 개정된 구재외동포법 ‘병역 규정’을 적용해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유씨가 만 38세를 넘었다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외교관계 등 국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한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LA총영사관 측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씨에게 내린 비자 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하고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정부가 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비자를 발급하면 유씨는 20여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