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배임 재판 받는데, 지시한 백운규 불기소?…수심위 판단에 논란 가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지시해 한수원 손해 끼친 혐의
수심위, 지시 여부 떠나 배임 자체 성립 안 된다고 봐
법조계 "배임 기소된 정재훈 유죄 나면 어쩔 셈" 지적
檢, 1심 결론까지 기소 판단 미룰 수도…김오수 입지도 악영향
  • 등록 2021-08-19 오후 6:10:00

    수정 2021-08-19 오후 9:32:48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에 대해 ‘불기소’와 ‘수사 중단’을 권고한 가운데, 그 적정성을 두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수심위 판단은 ‘백 전 장관의 배임 교사 행위가 없었다’는 객관적인 사실 관계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배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리 해석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자의적인 판단이 아니냐는 얘기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정재훈 배임 기소됐는데, 지시한 백운규는 불기소?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심위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연루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장관에 배임 교사 등 혐의를 추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수심위는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밝히지 않았지만, 백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의 입장을 미뤄볼 때 교사 행위 자체보다는 배임이 성립되느냐 여부에 초점을 맞춰 심의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했을 뿐 아니라 정재훈 한수원 사장 등에게 조기 폐쇄를 지시해 한수원에 1481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반면 백 전 장관 측은 “배임이 성립한다는 것은 국민과 정부에 이익이 발생하고 한수원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인데, 공공의 이익이 공기업인 한수원에 손해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수심위 위원 15명 중 9명은 백 전 장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수심위의 판단대로라면 백 전 장관이 배임 교사 혐의를 면해 한수원이 스스로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럴 경우 한수원의 막대한 손실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아닌 한수원 자체의 몫이 된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은 이번 수심위 권고에 대해 “정권에 충성을 맹세한 검찰총장에 의해 잘 짜인 각본대로 결론을 도출한 것”이라며 “주모자인 진짜 몸통에 미치는 책임을 중간 차단하는꼬리 자르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조계도 정 사장이 배임 혐의로 기소된 마당에 이를 지시한 백 전 장관을 불기소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총장은 백 전 장관의 배임 교사 혐의에 대해 수심위를 직권으로 소집하면서도, 배임 혐의를 받은 정 사장의 기소는 승인했다. 친(親)정권 성향의 김 총장마저 어느 정도 배임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때문에 이번 수심위에서는 백 전 장관의 교사가 실제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오히려 배임 혐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의아해했다.

백 전 장관의 교사 정황이 있다면, 정 사장과 마찬가지로 재판에 넘겨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다른 변호사는 “백 전 장관 측의 ‘배임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검찰이 지목한 배임 교사 행위 자체가 없었다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기소라는 것은 100% 유죄일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논란이 된 행위가 있었다면 사법부 판단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법부가 정 사장의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다면 또다시 논란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檢, 백운규 기소 결정 미룰 수도…수심위 무용론 커질 듯

이 같은 맥락에서 검찰이 백 전 장관의 배임 교사 혐의에 대한 추가 기소 여부를 정 사장의 법원 1심 선고가 날 때까지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법부가 정 사장의 배임 혐의를 유죄로 본다면, 백 전 장관의 배임 교사 혐의에 대해 불기소 권고한 수심위의 판단 근거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간 숱하게 제기된 수심위 무용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수심위는 구속력 없는 권고만 할 수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이어져 왔으며, 일부 수심위에선 위원들의 정치적 편향성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수심위 현안위원회에 참여하는 현안 위원 15명은 수심위가 각계 외부전문가 150~250명의 집단중에 무작위·비공개로 자체 추첨하는 만큼 위원의 편향성 시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장 이번 백 전 장관 수심위 역시 사법·검찰 개혁을 앞장서 주장해 온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의 부인인 오지원 변호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이번 수심위 판단으로 김 총장의 입지 역시 흔들릴 수 있다. 김 총장은 과거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수심위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며 “경제 사건 등 복잡한 사건을 하루 만에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수사 지연 목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 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런 김 총장이 이번에 백 전 장관에 대한 배임 교사 혐의 적용에 대해서는 검찰 내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도 되레 수심위를 열기로 하면서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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