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의 성지' 뉴욕‥1969년 스톤월 항쟁에서 시작

뉴욕 스톤월 항쟁 기념 역대 최대 규모 행진
50년전 게이클럽 스톤월 경찰 급습한 사건
전 세계 도시에서 성소수자 축제 시초 되
  • 등록 2019-07-01 오후 6:28:04

    수정 2019-07-01 오후 6:28:04

스톤월 항쟁 50주년을 기념해 성소수자 인권 존중을 위해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30일 미국 뉴욕 5번가를 행진하고 있다[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김은비 인턴기자] 뉴욕 맨해튼이 30일(현지시간)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갯빛으로 온통 물들었다.

전 세계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시초가 된 ‘스톤월(Stonewall) 항쟁’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 뉴욕에는 세계 각지에서 3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무지갯빛 깃발을 든 이들은 맨해튼 미드타운에서부터 로어맨해튼까지 2.5마일을 걸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역사상 최대 인원이 참석했다”며 “화려한 무지개 깃발과 무지갯빛 의상으로 축제의 느낌”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행진에는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뉴욕),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등 정치인들도 참여 했다.

뉴욕이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대표하는 곳이 된 건 50년 전 일어난 ‘스톤월 항쟁’ 때문이다.

스톤월은 1967년 맨해튼 보헤미안 그리니치 빌리지 중심부에 문을 연 게이 클럽이다. 당시 뉴욕에서는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성소수자들을 탄압했다. 갈 곳이 없는 성소수자들을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해 마피아들은 클럽을 열었다. 스톤월은 배수로, 창문 등 기본적인 시설도 갖춰지지 않는 등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성소수자들은 유일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었기에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60년대 후반 동성애자 인권 운동 바람이 불면서 경찰의 탄압은 더 강해졌다. 로스앤젤레스 쿠퍼스 도너츠와 블랙캣 주점, 샌트란시스코 콤프턴스 카페테리아, 필라델피아 듀이 식당 등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곳을 경찰이 급습하곤 했다.

1969년 6월 28일 스톤월에도 경찰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불법 주류 판매를 명목으로 동성애자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했다. 이에 분노한 성소수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경찰을 가로막으려 싸움이 나기도 했다. 다음날 경찰의 탄압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시위대 600명 가량이 모였다. 이틀 후인 주말에는 2000명이 술집 앞에 모여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스톤월 항쟁은 성소수자들이 차별에 맞서는 불씨가 되었다. 그간 숨어있던 성소수자들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소극적인 기존 성소수자 단체들의 태도에 염증을 느꼈던 성소수자들은 항쟁을 계기로 ‘게이 자유 모임(GLF,Gay liberation front)’, ‘동성애자 연합( GAA, Gay activists alliance)’ 등의 단체를 결성했다. 이들 단체는 성수자들의 삶을 개선할 법적, 사회적 변화를 위한 적극적 투쟁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에 정신병으로 규정되어 있던 동성애가 삭제됐다. 앞서 지난달에는 제임스 오닐 뉴욕 경찰국장이 “(1969년)당시 경찰의 행동은 명백히 잘못됐다”며 스톤월에서 있었던 성소수자 탄압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스톤월 항쟁이 일어난 이듬해 1주년을 기념해 열린 행사는 이후 전 세계에서 성소수자 축제인 연례 ‘게이 프라이드’ 행사로 이어져 매년 수천만명의 세계인 들이 모여 성소수자 권리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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