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만 바라봤는데"…인명피해 없었지만 청량리 상인들 '참담'(종합)

21일 청량리 청과물시장 화재…점포 20여개 소실
"대목이라 물건 쌓아뒀는데 불타…손실 어마어마"
창고는 여전히 연기 '자욱'…낮 12시 40분쯤 완진
  • 등록 2020-09-21 오후 4:44:41

    수정 2020-09-21 오후 9:15:30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하필 대목 전에 팔아야 할 과일이 전부 불에 타버려서…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네요.”

21일 오전 4시 30분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불이 나 약 7시간 만인 낮 12시 40분께 완전 진화됐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전통시장 내 67개 점포와 청과물시장 내 150개 점포 등 총 217개 점포 중 창고와 점포 20곳이 소실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침체에 허덕이다 추석 대목만 바라보고 있던 상인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날 오전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전부 어두운 낯빛을 하고 채 꺼지지 않은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은 추석 대목을 위해 쌓아둔 과일들이 전부 화재로 못쓰게 돼버려 손실이 어마어마하다고 호소했다.

21일 오전 10시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 청과물시장 상인들이 화재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30분쯤부터 전통시장에서 불이 나 창고·점포 20여개가 소실됐다. (사진=공지유 기자)
이날 화재로 불이 난 곳 인근에 있는 가게 주인들은 가게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시장 안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50대 김모씨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주인들도 모르긴 마찬가지”라며 “오늘 영업을 못하는 건 둘째치고 가게가 어떻게 됐는지라도 알고 싶은데 미쳐버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화재가 발생한지 다섯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창고 쪽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새벽부터 나와 있었다는 한 상인은 “새벽 내내 연기가 뿜어져 나와 어쩔 줄을 몰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며 “불이 난 곳에 있는 가게는 아니지만 오늘은 장사를 하지 못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불이 난 청과물시장 골목 안에서 과일상회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추석 대목 전인데 손실이 어마어마하다고 토로했다. 과일상회 주인 A씨는 “불이 난 가게를 봤는데 천장이 뻥 뚫려 있고 냉장고도 불이 타 열 수도 없는 상태였다”며 “아무것도 못 챙기고 겨우 차키 하나 챙겨 나왔다”며 울먹였다.

A씨는 “냉장고 안에 다른 손님들 물건도 들어 있는데 보험이 적용될지 모르겠고 눈앞이 캄캄하다”며 “대충 계산해봐도 1억원 이상을 손해본 것 같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또 다른 상인 이모(63)씨는 “연기라도 막게 과일에 비닐이라도 덮어놓고 싶은데 몇 시간째 들어가지를 못하게 하니 발만 구르고 있다”며 “장사는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21일 새벽 서울 청량리 청과물 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불이 난 창고에는 상인들이 추석 연휴에 팔기 위해 물량을 많이 들여 놔 평소의 두 배 이상의 과일박스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한 상인은 “창고 안에 과일이 몇천 박스는 있을 텐데 과일에 연기 냄새가 전부 배서 정상적으로 팔 수 있는 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재가 일어나지 않은 건너편 골목 가게 상인들 역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불이 난 곳을 바라봤다. 이들은 인명피해는 없어서 다행이지만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피해를 본 상인들의 심정에 공감한다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한편 이날 진화 작업에는 소방 차량 74대와 인력 260명이 투입됐다. 소방당국은 시장 안에 있는 냉동창고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원인 조사를 위한 합동 감식은 오는 22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소방본부·서울지방경찰청·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참여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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