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지뢰·핵무기까지…수위 높여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취임 2달여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 제한 풀어가며 우크라 지원
러시아 핵사용조건 완화로 대응
유럽 지원 강화…트럼프 종전속도 늦출 듯
  • 등록 2024-11-20 오후 5:36:56

    수정 2024-11-20 오후 7:32:19

미국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시작한 지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를 향해 에이태큼스를 발생했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이소현 기자] 1000일을 맞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취임 즉시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 출범을 두 달여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전황을 개선하기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들의 정책을 잇달아 뒤집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역시 핵무기 사용조건을 완화해 우크라이나를 핵 공격 대상으로 삼는 ‘핵 카드’로 맞불을 놨다.

우크라, 러시아 본토에 첫 에이테큼스 발사…美, 대인지뢰도 허용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간) 오전 3시 25분 우크라이나군이 접경지 브랸스크주에 발사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6발 중 5발을 격추했으며 나머지 1발에도 손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성공적 공습이었다고 주장했다.

공격의 성패를 떠나 이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지원한 ‘사거리 300km 지대지 전술탄도미사일’인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단 이틀 만에 공격이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사용도 허용했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이 지원하는 대인지뢰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폭발하거나 배터리가 방전되는 ‘비지속성’ 유형이며 우크라이나 내에서만 매설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에 대인지뢰는 러시아군의 이동 속도를 늦추고 포병과 로켓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지역으로 유도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봤다.

그동안 미국은 에이태큼스를 지원하면서도 러시아 본토 공격은 허용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 대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의 미사일 공격은 나토의 직접 개입이라며 확전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민간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대인지뢰 역시도 부정적이었다. 애초에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폐지한 ‘한반도 외 대인지뢰 사용금지’ 정책을 되살린 것도 바이든 대통령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휴전에 개입하기 전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어 우크라이나를 도울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고 WP는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얘기하지 않았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와의 정전을 요구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2022년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진격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역시 교환 카드로 사용할 러시아 영토 확보가 절실하다. 이번 미국의 결정으로 그간 주저하던 영국과 프랑스가 장거리 미사일인 ‘스톰 섀도’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하기로 한 것 역시 우크라이나에게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러 “제3차 세계대전 될 수도”…미국은 심드렁

같은 날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핵 교리(독트린)를 공표했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활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러시아가 핵 교리를 변경했다”고 전했다.

이번 개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非)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다. ‘비핵보유국’인 우크라이나가 ‘핵 보유국’인 미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한다면 이는 미국의 공격으로 간주해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러시아와 동맹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는 최측근 인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는 그곳이 어디에 있든 우크라이나와 나토 주요 시설에 대량살상무기(WMD)로 보복할 권리가 있다. 이는 제3차 세계대전에 이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에 대해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보았던 러시아의 무책임한 수사에 가깝다. 우리는 핵 교리를 개정하겠다는 러시아의 발표에 놀라지 않았다”며 “러시아는 최근 몇 주 동안 핵 교리 개정 신호를 계속 보냈다”고 말했다.

NYT는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에 대한) 워싱턴의 반응은 하품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비핀 나랑 MIT 교수는 “핵 한계는 말이 아닌 억제 균형과 지분으로 결정되며 선언적 교리를 변경해도 미국, 나토, 러시아 간의 억제 균형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즉, 핵 무기 사용은 교리가 아닌 실제 힘의 균형이 결정한다는 얘기다.

이번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이 트럼프 당선인이 전쟁을 끝내는 속도를 늦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전략및국제연구센터의 수석고문인 마크 캔시안은 가디언에 “취임 첫날,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정책 검토가 있을 때까지 (장거리 미사일 발사) 허가를 중단한다’고 발표할 수도 있다”면서도 “이는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푸틴과 트럼프가 거래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는 아무것도 얻지 않은 채 무언가를 (푸틴에게)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을 일제히 비판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엑스(X, 옛 트위터)에 “군산복합체는 아버지(트럼프 당선인)가 평화를 만들고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적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국가정보국(CIA) 국장 대행을 지냈고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그처드 그레넬은 “아무도 바이든이 전환기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이전의 계산은 완전히 무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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