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봉쇄' 중국은 왜 제로코로나를 고집하나요?[궁즉답]

상하이 이어 베이징 봉쇄 공포에 사재기 대란
중국은 '위드코로나' 감당할 의료체계 안돼
14억 인구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
시진핑, 장기집권 앞두고 '야욕'
  • 등록 2022-04-25 오후 5:20:01

    수정 2022-09-19 오후 3:45:37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Q. 지금 오미크론처럼 치사율이 높지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는 배경을 알고 싶습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가 정말로 실현 가능하다는 정책이라고 믿는 건지, 아니면 코로나 진원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일종의 강박인지 궁금합니다.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25일 베이징 차오양구에서는 일부 마트에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중국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베이징에서는 지난 22일 6명, 23일 22명, 24일 19명 등 사흘간 모두 47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는데요. 확진자수만 보면 얼마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 내에서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긴장감이 극도로 달한 상태입니다.

그 이유는 ‘칭링’(淸零·제로 코로나)이라 불리는 중국의 강력한 방역정책 때문입니다. 중국에선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만 나오면 그 아파트 동을 폐쇄해 버리고, 밀접접촉자 마저 격리되는 상황인데요. 특히 ‘경제도시’로 불리는 상하이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도시 봉쇄에 돌입하면서 베이징마저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25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한 마트에 일부 진열대가 비어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베이징에서 감염자가 26명으로 가장 많이 나온 차오양구는 주민 350만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핵산(PCR) 전수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25일과 27일, 29일 등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역을 임시 관리·통제지역으로 정하고, 해당 지역 주민은 필수적인 사유가 아니면 거주 단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등 대부분 주요국이 ‘위드코로나’를 향해가는 길에 중국은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실제 오늘 기자가 현장에서 느낀 것도 마치 2020년 초반에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졌을 때 사재기를 하던 베이징을 보는 듯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칭링’을 고집하는 것일까요. 최근 중국 국무원의 고위급 인사를 접촉했다는 한 베이징 소식통은 기자와 만나 “중국 지도부는 ‘제로 코로나’가 중국의 현실에 가장 잘 맞다고 보고 있다”며 “중국 지도부 사이에서 방역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더라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이 커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25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우선 중국은 시스템적으로 위드코로나를 시행할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중국은 14억명의 인구 대국에도 누적 코로나19 확진자가 20만3334명(홍콩, 마카오 제외)에 불가합니다. 물론 중국에서 무증상 감염자의 누적 집계는 공개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지만 어쨌든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확진 비중이 확실히 적습니다. 그동안 제로코로나를 고집하면서 확진자를 최대한으로 줄였던 중국이 위드코로나를 실시하면 다른 나라처럼 대부분의 인구가 감염되는 길을 걷게 되겠죠. 중국의 의료체계는 붕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미국에 이은 제2의 경제 대국이라 하지만, 사실 의료 수준은 여전히 선진국에 미치지 못합니다.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높지 않더라도 확진자가 늘어나면 의료 체계가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사망자가 폭증할 수밖에 없겠죠. 중국의 60세 노인 인구는 2억 6400만명(2020년기준)으로 전체의 18.7%에 달합니다. 수천만명이 위험군이라는 거죠.

중국 산둥시의 한 도시에서 노인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AFP)
중국은 또 중국 내에서 자국산 백신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노백, 시노팜 등은 모두 비활성화 백신, 즉 사백신이죠. 이 백신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을 받긴 했지만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리보핵산(mRNA·전령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대량 생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중국 본토 백신접종률은 2차 기준으로 89%에 이르지만 중국 백신 효과가 화이자 등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내 오미크론 예방 효과는 2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가을에는 시진핑 국가 주석의 장기집권이 결정되는 제 20차 당대회가 열립니다. 장기집권을 앞두고 중국 공산당이 이런 리스크를 감당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공산당 기관지 학습시보의 전 부편집장 출신으로 뉴욕 싱크탱크 ‘중국전략분석’의 연구원인 덩위원은 “시 주석의 상하이에 대한 대규모 봉쇄와 제로 코로나 방역 방침 고수는 중국이 호언장담했던 방역 신화가 무너지지 않았으며, 이를 통해 그의 권위와 리더십이 유지돼야 한다는 야욕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중국의 각 도시 봉쇄로 우리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칭링 정책이 지속되면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이 올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상하이의 3월 산업생산은 이미 전년대비 7.5% 감소했고, 홍콩중문대와 중국칭화대·저장대, 미국프린스턴대 연구진은 중국 전역의 엄격한 방역 정책으로 매월 460억 달러(약 56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중국 정부도 과거보다 봉쇄 범위를 좁히고, 격리 기간도 단축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칭링’이라는 기조 자체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11일 중국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의 논평 일부 내용을 소개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오미크론을 독감처럼 치부하지만, 이는 대중을 현혹하고 오도하는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서구의 ‘위드 코로나’ 정책은 면역 능력이 떨어지는 약자를 대량으로 도태시키는 잔혹한 사회 다윈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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