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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여섯 살이던 1993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어머니 등 남은 가족과 함께 아버지 유산을 상속받았다. 유산에는 아버지가 B씨에게 지고 있던 약속어음금 1200여만 원이 포함돼 있었다.
B씨는 A씨가 미성년자였던 1993·2003년 약속어음금청구 소송을 냈고, 이에 승소해 A씨에 대한 집행권원을 받았다. 당시 A씨는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어머니가 A씨를 법정대리했다. 이후 B씨는 A씨가 성인이 된 2013년 시효연장을 위해 다시 소송을 제기해 공시송달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을 근거로 B씨는 2017년 8월 A씨의 은행 예금에 대한 채권압류·추심명령을 받자, 이에 반발한 A씨는 바로 한정승인 신고를 하고 B씨의 승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소송을 냈다.
1·2심은 A씨에 대한 특별한정승인이 유효하다고 판단, 청구이의를 인용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 본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해 한정승인신고가 유효하다고 봤을 뿐 아니라, 상속된 적극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B씨의 강제집행을 허락하지 않은 것.
이날 상고심의 쟁점은 특별한정승인 관련해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법정대리인과 미성년자 중 누구를 기준으로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는지 여부였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며 기존 대법원 판례를 유지했다. 당시 법정대리인인 A씨의 어머니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
이어 “제척기간은 법률이 정한 권리 행사기간으로 제척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한다”며 “상속인이 미성년자였다는 이유로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던 제척기간이 지난 다음 성년에 이르러 다시 새로운 제척기간을 부여받는 것은 법률관계를 조기에 확정하기 위한 제척기간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정대리인이 착오·무지로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 미성년 상속인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입법론적으로 바람직하다”면서도 “현행 민법상 미성년 상속인의 특별한정승인만을 예외적으로 취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유숙·김선수·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은 “다수의견과 같은 결론은 상속인의 자기결정권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정승인 제도의 입법취지에 어긋난다”며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법질서 전체 이념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