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일 각종 사건·사고도 '보험' 처리가 되나요?[궁즉답]

감독관 업무 수행 중 사고라면 '감독관 배상책임보험'
"고의성 없는 사고 대부분이라 피해 보상 받기 어려워"
수능 당일 학교서 다쳤다면 '사고 접수'와 '청구' 필수
  • 등록 2022-11-11 오후 5:56:12

    수정 2022-11-11 오후 5:56:12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Q.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유하령(19세) 학생이 보내온 질문입니다. 제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벌써부터 긴장이 돼서 유의할 점을 찾아보다가 몇 년 전 시험 종료 시각보다 일찍 종이 치면서 피해를 입은 사례를 봤습니다. 제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수능 앞두고 공부에 열중하는 고3 수험생들. (사진=연합뉴스)
수능은 시험을 보는 학생도 감독하는 감독관도 모두 초긴장하는 날입니다. 6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최선이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죠. 감독관이 실수하는 경우도 있고 출제 오류가 나오기도 합니다. 같이 시험을 보는 학생들끼리 안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일이 종종 생기기도 하죠.

워낙 중요한 이벤트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관련 소송 소식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되는데요. 2년 전 서울 고등학교 수험장에서 시험의 끝을 알리는 시험 종료 종이 약 2분 먼저 울리면서 피해를 본 수험생들이 단체로 소송을 거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소송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엔 수능 감독관의 실수로 시험을 망쳤다는 수험생의 한 사연이 온라인을 달구기도 했습니다. 감독관이 국어 시험이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이뤄진 사실을 모른 채 학생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전달했고, 이를 따르지 않은 학생의 시험지를 강제로 뺏아 페이지를 넘기고 선택과목부터 풀라고 지시한 내용이었죠. 해당 학생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험인 수능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물론 무탈하게 지나가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렇게 수능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사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로 ‘수능 감독관 배상책임보험’이 있기 때문이죠.

감독관 배상책임보험은 수능 감독관, 방송요원, 본부요원, 관리요원,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한 관련 소송 비용을 지원하는 단체보험입니다. 수능 시행을 담당하는 17개 시도교육청을 대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일괄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기 때문에 따로 감독관들이 가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능 시험 당일 관리요원 등을 포함한 ‘전국 시험장 감독관’들이 피보험자가 되는 구조인 셈이죠.

보장 기간은 수능 시험일 기준 1년 간이고 보험 효력 발생일은 수능 시험일 자정부터입니다. 올해 수능일은 11월 17일인데 이 경우 당일 자정부터 2023년 11월 16일까지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보장 한도액은 청구당 최고 1억원, 총보상액은 20억원까지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보장 내용이겠죠. 감독관 배상책임보험은 수능 감독관의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한 손해 배상금, 소송 후 법률 재판 진행 시 피보험자가 지급한 변호사 비용, 중재 및 조정 비용 등을 보장합니다. 시도교육청 담당 장학사 등 업무 관련자의 배상 책임도 장학사의 귀책사유일 경우 보상에 포함됩니다. 다만 수능 시험일 감독 업무에 관련돼야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수능 사고의 경우 대부분 ‘고의성’이 없는 데다,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증하기 힘든 만큼 학생들이 이 보험을 통해 손해 배상금을 받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보험 도입 자체가 감독관들의 처우 개선과 부담 해소에 있기 때문에 학생이 피해를 주장한다고 해서 무조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실제 해당 보험으로 보상된 보험 사고는 2건에 불과합니다.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 ‘2020년 종료령 타종 오류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올해 초 서울중앙지법은 수험생 9명과 학부모 등 25명이 국가, 서울시, 방송담당 교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공무원인 교사가 국가행정사무인 수능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저지른 위법 행위인 사고에 대해 국가가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나, 과실 정도가 고의에 가까운 중과실이라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교사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앞서 2019년도 계약 건으로 제기된 손해배상은 기각됐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문제지의 이름과 수험번호를 샤프로 기재했다가 감독관이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적으라고 지적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 학생이 채점 점수가 평소보다 낮게 나오자 “감독관 지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성적이 낮게 나왔다”며 국가와 감독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해당 소송 건은 기각됐고 소송 방어 비용(변호사 선임 비용 약 230만원)만 보험 처리된 바 있습니다.

그럼 수능 당일 학교에서 물리적인 사고가 발생해 다친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경우엔 학교안전법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육청 내 학교안전공제회는 학교 내에서 교육 활동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사고가 났을 경우 장해 급여, 간병 급여, 장의비 등을 지급합니다.

중요한 점은 사고 초기 상처가 경미해도 사고 관련 후유증이 있을 수 있어 사고 접수와 청구를 꼭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와 같은 조치가 없다면 추후 보상 받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개인이 가입한 실손보험과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이중 보장이 가능하다는 점도 알아두면 유용합니다.

올해 수능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능 응시생과 감독관들 모두 문제없이 건강하게 수능 치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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