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자금 이탈도 거세지면서 국내 주식 시장의 투자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이어진다면 자동차와 바이오 등 ‘고환율 수혜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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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기아(000270)는 전 거래일보다 0.10%(100원) 오른 9만 8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6400억원 넘게 현선물 동반 순매도에 나서면서 코스피가 1.44% 빠졌던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이날 기아는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11월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 자동차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 방향을 틀었다. 대금을 달러로 받는 수출주들은 고환율 국면에서 환차익을 볼 수 있어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리기 때문이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 시 현대차·기아는 연간 2000억원의 영업이익 수혜 효과가 존재한다.
이날 현대차·기아는 11월 미국 합산 월간 판매량이 15만 411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했다고 밝혔다. 10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두자릿수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특히 현대차가 10.4% 증가한 8만4011대를, 기아가 20.2% 늘어난 7만107대를 팔았고 모두 역대 11월 판매량으로 최고 기록이다.
남주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관세 리스크 우려가 여전하나,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상승하면서 수익성 전망치가 예상에 부합할 것”이라며 “완성차(현대차·기아)들은 현재 낮은 밸류에이션을 유지 중이며, 내년 상반기 내내 주주환원 시행이 예상되므로 매수를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타이어 업체인 넥센타이어(002350)(2.55%),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0.39%) 등도 소폭 상승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타이어 업체 역시 완성차와 유사한 수출구조를 보유하고 있다”며 “올 4분기 고환율은 타이어 업체 실적 서프라이즈와 동반 중”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주도 고환율 수혜주로 꼽힌다. 일례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올해 연결 기준 연간 매출 전망치를 10~15%에서 15~20%로 상향 조정해 연초 4조1564억원이었던 전망치를 4조3211억원으로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4공장의 성공적인 가동률 상승과 우호적 환율 환경 지속에 따른 수치 정정”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환율의 영향을 입증한 3분기 실적을 내놨다”며 “우호적인 환율 지속됨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률 상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