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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16일 오전 4시47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검찰총장 윤석열을 정직 2월에 처한다는 의결을 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10시34분부터 무려 약 18시간에 걸쳐 진행한 마라톤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이다. 징계 사유 4가지에 대한 징계 수위를 두고 징계 위원 4명 간에 의견이 계속 엇갈려 징계 위원들 간 토론과 의결에만 7시간이 걸렸다.
이날 오후 5시 전후로 징계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집행권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징계청구권자인 추 장관, 징계혐의자인 윤 총장에 징계의결요지서를 각각 송달했고, 이후 추 장관 제청으로 문 대통령은 정직 2개월의 징계안을 그대로 재가했다.
예상보다 낮은 징계 수위
애초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해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 명령을 내릴 때부터 줄곧 해임이나 면직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극한 갈등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30%대 지지율을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정권 차원의 부담감을 고려해 정직 3~6개월 수준에서 징계가 결정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정작 결과는 이보다 더 낮은 정직 2개월 처분이 나왔다.
만약 법원이 지난 1일 직무 배제 건과 마찬가지로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원이 정직 2개월 처분까지 집행 정지를 인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징계 수위란 해석이 나오는 것.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의 직무 배제 효력 집행 정지 신청에 대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인정된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향후 변수는 정직기간 2개월
이번 집행 정지 신청 역시 같은 논리가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2개월의 정직 기간이다. 윤 총장 임기가 내년 7월 말 만료되기에 법무부는 “정직 2개월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총장 측은 지난 1일 직무 배제 건 인용 당시 재판부가 판시한 ‘검찰 독립·정치 중립’ 등을 강조하며 징계의 부당함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본안 소송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은 절차적 공정성을 두고 양측이 다시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결과는 윤 총장 임기 후에 나올 것으로 보여 당장 큰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의 징계 청구 당시부터 2차 심의 당일까지 계속해서 징계위의 절차적 위법성을 집요하게 지적했다.
윤석열, 공수처 수사 대상 관측도
일각에서는 정직 2개월로 일단 윤 총장의 손발을 묶은 뒤 내년 초 출범할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윤 총장을 맡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월성 원전 1호기 사건이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도 윤 총장 정직을 통해 수사 동력을 약화시킨 후 공수처로 이첩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다소 수위가 낮아졌다고 해도 윤 총장은 법정 공방에 총력을 다할 전망된다. 실제로 윤 총장은 징계위의 의결 직후인 이날 오전에는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오후 추 장관이 문 대통령에 사의를 표명하는 돌발 상황 속에서도 “이와 관계없이 소송절차는 진행된다”며 재차 법정 대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편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 의결 직후 검찰 안팎에서는 재차 검란(檢亂) 조짐이 감지된다. 김경목 수원지검 검사,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을 통해 징계위를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전직 검찰총장들도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김각영·송광수·김종빈·정상명·임채진·김준규·김진태·김수남·문무일 9명의 전직 검찰총장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징계 조치로 법으로 보장된 검찰총장의 임기가 사실상 강제로 중단되게 됐다”며 “이는 검찰총장이 공정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