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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8시 30분 박 전 대통령은 특유의 올림머리에 남색 코트 차림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본관 3번 출입구에 등장했다. 밝은 얼굴을 하고 스스로 걸어나올 정도로 건강이 많이 회복된 모습이었다. 다만 이 자리에서 인사는 간단히 마무리됐다. 박 전 대통령은 “많이 염려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 지난 4개월 동안 헌신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신 의료진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한 뒤 바로 준비된 승용차를 탔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최경환 전 부총리 등 도열해 있던 ‘친박계’ 정치인들과는 따로 인사하지 않았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관해 어떤 언급을 할지는 정계 최대의 관심사였다.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적폐청산 수사를 이끌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을 안긴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윤 당선인에 관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주 지지세력인 보수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윤 당선인은 물론 정치 현안에 관한 어떤 견해도 내비치지 않았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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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박 전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바로 대구 달성으로 향했다. 4선을 내리 한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여생을 보낼 사저를 마련한 곳이었다. 오후 12시 15분 사저 초입에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이 등장하자 일대를 가득 메운 4000여 명의 인파가 ‘박근혜’를 연호했다. ‘탄핵무효 명예회복’ ‘감사하고 환영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늘 건강하세요’ 등이 적힌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김문오 달성군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도 현장을 찾았다.
화동의 꽃다발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들이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며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소주병이 날아드는 사고도 있었다. 파열음이 나온 즉시 경호진들이 박 전 대통령을 감쌌고,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히면서 장내는 곧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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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게 난을 보내 퇴원을 축하하는 뜻을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김한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통해 ‘늘 건강하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난을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마무리 잘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이날 내주 사저를 직접 방문해 박 전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측과의 사전 조율은 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 변호사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접하긴 했으나 직접 연락받은 적은 없다”며 “만약 (윤 당선인으로부터) 연락이 온다면 그 문제는 제가 답할 성격의 것이 아니고 박 전 대통령께서 결정을 하면 언론을 통해 밝히겠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