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A 아파트 내 경비실엔 향 냄새가 가득했다. 이 경비실은 지난 10일 숨진 경비원 최씨가 근무하던 곳이다. 최씨는 아파트 입주민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실 앞 간이분향소엔 주민들이 남기고 간 국화꽃과 과일, 초가 가득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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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가 매일 내다봤을 경비실 창문은 주민들이 직접 쓴 메모로 빼곡했다. 메모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동안 우리 아파트 곳곳에서 주민들의 복지와 편익을 위해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갑질 없는 세상에서…억울함이 밝혀질 겁니다’ 등 최씨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주민인 70대 노인은 경비실 앞을 한참 쳐다보다가 한숨을 쉰 후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주민들은 최씨가 사정이 어려움에도 열심히 살아왔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가 힘들어 한 정황을 본 적이 있다는 주민도 있었다. 이 아파트에서 20년 거주한 주민 C씨는 “굉장히 힘들게 산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주민들과 매일 웃으며 인사하고 무리하게 일하던 착한 사람”이라면서 “어느날 최씨 눈이 빨개져 있어 힘든가 보다 했지 그런 일이 있었는진 몰랐다. 다른 경비원은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무섭다며 그만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최씨의 죽음이 알려진 후 주민들은 안타까움과 함께 해당 입주민에 대한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7시 간이 분향소 앞에선 주민들의 촛불 집회가 열린다. 주민들은 ‘추모와 반성의 촛불을 밝히자. 헌신 봉사하다 안타깝게 돌아가신 경비원을 추모하자’는 취지로 촛불을 들 예정이다.
또 같은 시각 시민단체 안전사회시민연대는 경비실 앞에서 30분간 1인 시위를 벌인 후 강북경찰서로 이동해 1인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시민단체는 해당 입주민을 즉각 구속 수사할 것과 법정 최고형 처벌, 경비원고용안정법 제정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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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달 21일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이중 주차된 차량을 옮기려고 했다가 B씨와 시비가 붙었고, A씨는 경찰에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했다.
경찰은 A씨가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점 등을 봐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A씨가 B씨로부터 모욕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모욕 혐의로 고소한 B씨에 대한 조사를 마쳤지만 A씨가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아파트에 산다고 밝힌 청원자는 “정말 좋으신 분이셨다. 입주민들에게 매번 잘해주시고 자기 가족인 것처럼 자기일인 것처럼 매번 아파트 주민을 위해 희생하시는 성실한 분이셨다”라며 “철저히 수사해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드려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청원자는 “경비원도 한 가정의 소중한 할아버지이자 남편, 아빠다”라며 “하청 용역분들을 보호해달라. 입주민 갑질이 없게 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