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권 남용으로 볼 수 없고 증거인멸 공동정범으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 심리로 열린 조권씨의 속행공판에서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두고 검찰과 조씨 측은 각각 이같이 주장하며 팽팽한 법정 공방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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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이같은 공방은 앞서 재판부가 지난 5월 예정됐던 조씨의 선고를 취소하고 변론을 재개하면서 조씨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 “교사범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양측의 의견을 물은 데 따른 답변이다.
형법 제155조에 따르면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조씨가 타인을 시켜 증거를 인멸한 교사범인 경우 처벌이 가능하지만, 타인과 공모해 증거를 인멸한 공동정범이라면 이는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것으로 무죄가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재판부의 질문이 나온 것.
검찰은 “증거인멸 교사범은 처벌되고 공동정범은 처벌이 안 된다는 기준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수십·수백년 동안 형사법 이론에서 전개됐지만 그 구별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처벌 여부는 교사범이냐 공범이냐가 아니라 방어권의 남용이냐 아니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어권을 남용했는지를 기준으로 보면 증거인멸 교사 상대방인 조씨의 후배들은 이번 사건의 증거인멸 범행을 통해 이득 볼 것이 없는 이들로 아무런 동기가 없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증거인멸 범행을 저지르게 한 핵심적인 요인이 조씨로, 방어권을 남용·일탈한 교사범이 마땅히 성립돼 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씨 측은 “방어권 남용의 기준은 증거인멸이나 범인도피와 관계없는 새로운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인데, 조씨는 증거인멸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도와달라고 했을 뿐 새로운 법익을 침해할 만한 여지는 없다”며 방어권 남용이라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씨의 선고공판은 다음 달 8월 31일 10시 30분에 열린다.
웅동학원 사무국장이자 건설 하도급업체 대표인 조씨는 허위공사를 근거로 공사대금 채권을 확보하고 2차례 웅동학원을 상대로 ‘셀프 소송’을 벌여 학교법인에 115억5000여만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또 웅동중학교의 사회 교사를 채용할 당시 중계인를 통해 돈을 받고 시험지를 빼돌려 교직원을 부정채용하는 등 ‘채용비리’를 저지른 혐의도 있다.
조씨는 지난해 8월 말 웅동학원 관련 수사가 시작되자 관련 업체 직원에게 문서 세단기를 빌려 웅동학원 공사와 민사소송 관련 서류를 파쇄하라고 시켜 증거은닉 교사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조씨에 대해 징역 6년과 추징금 1억47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