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소수 노조 동의 없는 연봉체계 변경은 위법"

교섭대표 노조, 소수 노조 '패싱' 임금제 협상
소수 노조 "공정대표의무 위반" 위자료 청구
1·2심, "마땅한 증거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
대법 "소수 노조의 절차적 권리 침해한 불법"
  • 등록 2020-11-19 오후 7:36:00

    수정 2020-11-19 오후 7:36:00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회사와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사실을 소수 노동조합에 알리지 않고 잠정합의안을 가결한 것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세종호텔 소속 소수 노동조합 A가 세종호텔 소속 교섭대표 노동조합 B와 세종호텔에 재기한 임금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B 노조가 A 노조에 위자료 배상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2014년 8월 세종호텔과 교섭대표 노조인 B 노조는 계장급(4급) 이상 사원에 대한 연봉제가 이듬해부터 적용되도록 연봉제 규정을 개정하는 합의를 했고, 같은 해 12월 B 노조는 연봉제 규정 변경을 A 노조에 알리지 않고 규정 변경을 동의했다.

문제는 A 노조 조합원들이 달라진 연봉 통지서를 받은 뒤 불거졌다. 종전 호봉제에 비해 큰 임금 차이가 있는 통지서를 본 A 노조 조합원들은 바로 이의신청을 했고, 세종호텔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내 A 노조는 B 노조에 단결권·단체교섭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일부 A 노조 조합원들은 이 사건 연봉제 합의는 무효라며 세종호텔에 종전 호봉제에 기한 임금 차액 약 5000여만 원에 대한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1·2심은 모두 “이 사건 연봉제 규정이 무효 또는 하자가 있어 효력이 없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A 노조의 소송을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 노조가 A 노조에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행위로 판단했다. 노조법에 따르면 교섭대표 노조가 되지 못한 노조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 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한다.

대법원은 “교섭대표 노조는 단체협약 체결까지 해당 과정에서 소수 노조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이 절차적 차별을 하지 않는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면서 “교섭대표 노조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적정하게 이행하기 위해 소수 노조를 동등하게 취급함으로써 단체교섭·협약체결에 관련한 필요 정보를 적절히 제공하고, 그 의견을 수렴할 의무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섭대표 노조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에 위반해 합리적 이유 없이 소수노조를 차별했다면,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른 단체교섭과 관련한 소수 노조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로 인한 소수 노조의 재산적 손해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재산적 손해에 대해 교섭대표 노조는 위자료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A 노조 조합원들이 세종호텔에 제기한 손해배상금 청구 건에 대해서는 “법리 오해가 없다”며 원심 판단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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