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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老)스님의 배수진 승리였다. 설조스님은 지난달 20일 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 퇴진과 종단 개혁을 요구하면서 단식을 시작한 지 41일 만인 30일 오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설조 스님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조계사 인근 우정공원에 마련된 단식농성장에서 검진을 받고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으로 구급차에 실려 이동했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와 청화 스님(교육원장),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등이 설조스님의 단식중단을 설득해 병원이송을 허락받았다. 이보라 녹색병원 전문의는 “체중이 15% 이상 줄었고, 혈압이 떨어지고, 부정맥 빈도가 높아졌다. 더 이상 단식을 유지하면 매우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설조스님은 단식장을 떠나기에 앞서 “41일동안 단식하면서 가장 기뻤던 일은 청정승가 회복을 위해 모든 시간을 희생하면서 함께 해준 수많은 재가자들과 한마음이 된 것”이라며 “재가불자들이 앞으로도 교단이 청정해지는 그날까지 계속 정진해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불교계는 설조스님의 종단 개혁 요구와 이에 따른 설정스님의 전향적 사의 표시를 환영하고 있다. 매번 파행으로 치닫던 총무원장 이·퇴임이 이번처럼 평화롭게 진행되는 건 이례적이다. 그 중심에는 조계종 안팎의 의견수렴과 갈등 해소에 나선 설조스님의 역할이 크다. 설조스님은 “다른 것은 타협 대상이 아니며, 극한의 심정으로 단식하는 것은 침묵하는 다수의 선량한 대중들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종단은 정화의 전통을 계승한 종단인지 정화의 이념을 짓밟으려는 집단인지 분별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미비구들의 종권 장악이 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놓고 각화사 선원장 노현스님이 한 불교매체에 몇몇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호적을 바꿨다는 궁금증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설조스님은 자신을 향한 일부의 공격과 반박에도 청정한 교단을 만들고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노력했다. 설조스님은 단식농성장을 찾은 신도들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기도드려서 교단이 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매번 강조했다.
앞서 이번 설조스님의 단식은 “큰스님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5월 1일 자 MBC ‘PD수첩’으로 시작됐다. 당시 방송은 설정스님에 관련된 3대 의혹(자필 허위학력 기재 의혹·재산은닉 의혹·자녀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