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소권 및 사건 이첩 기준 등을 논의하기 위해 검찰·경찰과 첫 3자 간 실무협의체를 열었지만, 각 수사기관별 입장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공수처 수사체계 등 실무진 구성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중순께나 실질적인 실무협의체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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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29일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 인근에서 ‘공수처법 관련 관계기관 실무협의회’를 비공개로 열었다. 회의는 여운국 공수처 차장의 주재로 박기동 대검찰청 형사정책담당관, 최준영 국가수사본부 수사구조개혁담당관 참석 하에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
당초 공수처와 검찰 간 기소권 및 사건 이첩 기준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이날 실무협의회에서는 각 기관별 입장 확인에 그쳤다.
공수처 관계자는 “각 기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에 규정된 사건의 통보, 이첩 등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면서 “각 기관은 효율적인 수사권 배분을 위해 기관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협의회를 가동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첫 실무협의회가 이같이 상견례 수준으로 진행된 가운데, 본격적인 논의는 공수처의 실무진 구성이 완료되는 다음달 중순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24일 평검사 면접을 마무리하고 26일 인사위원회를 연 결과 명단을 인사혁신처로 보냈다. 이어 오는 30일부터 이틀 간 부장검사 면접을 실시한 뒤 다음 달 2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대통령에 최종 추천할 부장검사 4명을 마저 추릴 예정이다. 즉 다음달 초·중순께 실무진 구성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수처 실무진이 구성된 이후 3자간 실무협의회 논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미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 의혹’ 수사와 관련 외압 의혹을 빚은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로 재이첩하면서 이른바 ‘기소독점권’을 주장해 검찰과 한 차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공수처법상 해당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탓으로, 공수처와 검찰 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공수처법상 사건의 이첩을 규정하는 조항은 △수사의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다른 수사기관의 중복되는 수사에 이첩 요청할 수 있다(24조1항) △피의자·피해자·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따라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할 수 있다(24조3항) △검찰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이를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25조 2항) 등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24조3항을 근거로 재량 이첩, 즉 수사는 검찰이 하되 최종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검찰 수사 결과를 송치받아 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이지만, 검찰은 “이첩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종국적으로 모두 넘기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공수처와 검찰 간 기소권과 사건 이첩 기준이 정리되기까지 이같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재 공수처가 쥐고 있는 김 전 차관 의혹과 관련 ‘허위보고서 작성·유출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 사건 역시 이첩 여부에 대한 김진욱 공수처장의 고민 또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