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7시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는 주차장에 모인 주민들이 촛불을 든 채 묵념을 했다. 지난 10일 숨진 경비원 최모씨를 추모하기 위해 입주민들이 뜻을 모아 촛불 집회를 연 것이다. 당초 추모식을 준비한 입주민은 입주민들을 위한 촛불을 20여개만 준비했지만 백여명이 넘는 입주민들이 모여 금세 동났다. 이들은 서로 모여 “그 좋은 분이 어쩌다 이렇게 됐냐”는 탄식만 할 뿐 대화를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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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들은 최씨와의 추억을 나누고 고인에게 바치는 추모시를 낭독했다. 고인의 평소 선한 모습을 묘사한 ‘선물’이라는 제목의 추모시는 “당신이 왔던 풍요로운 웃음의 나라로 가고 계신가요”라는 마지막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됐다.
시를 지어 낭독한 입주민 황모(47)씨는 “(고인에게) 한 번만 더 응원의 말을 건넸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는 죄책감이 있다”며 “주민들 대부분이 비슷한 감정일 것”이라며 슬픔을 내비쳤다.
추모식이 이어지는 내내 곳곳에서는 입주민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한 주민은 자신의 아이에게 “아저씨가 너 많이 예뻐했었잖아, 인사 한 번 더 드려”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또 다른 입주민은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냐”며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고인을 추도하며 ‘석별의 정’을 부르며 추모식을 마쳤다. 추모식이 끝난 뒤에도 많은 입주민들이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촛불을 들고 있었다. 최씨가 입원했을 때 병문안을 갔었다는 입주민 A씨는 “최씨에게 ‘모든 입주민들이 당신 편이다. 최선을 다해 억울함을 해소해주겠다’고 말하니 ‘살아보겠다’고 얘기했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떠난 모습이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한참이나 분향소를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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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달 21일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이중 주차된 차량을 옮기려고 했다가 입주민 B씨와 시비가 붙었고, 이후 B씨로부터 협박 및 폭행을 당해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오후 아파트 입주민들을 만나 진술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모식에서 입주민들은 이 사건 가해 입주민에 대한 정당한 조사를 촉구하고 향후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대표발언을 통해 “입주민들은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비통한 심정을 나누고 떠나는 길에 억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며 “향후 고인이 명예를 회복하고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갑질 없는 세상, 착한 사람이 절망에서 쓰러지지 않는 세상을 이 아파트로부터 구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추모식 현장에는 시민단체 안전사회시민연대가 참석해 가해 입주민을 즉각 구속 수사할 것과 법정 최고형 처벌, 경비원고용안정법 제정 등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