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생존경쟁'…국내 3사, 사업 재조정·틈새시장 공략

중국 업체 빠른 성장세…韓 점유율 하락
새 폼팩터 개발로 완성차 고객 수요 대응
공장 라인 ESS로 전환…EREV 배터리 공급
"전기차 배터리 숨고르기에 리밸런싱 한창"
  • 등록 2024-12-04 오후 5:38:55

    수정 2024-12-04 오후 6:59:03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리밸런싱(사업 구조 재편)과 새 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중국 저가 공세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장라인을 전기차 배터리 이외의 용도로 전환하고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등 전략을 통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구상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中 공세에 글로벌 경쟁 치열…유럽 기업 파산도

4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중국 CATL이 28.5%로 1위를 지켰다. 중국 비야디(BYD) 배터리 자회사 핀드림스는 12.3%로 3위를 유지했다.

국내 업계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 점유율이 14.1%로 2위를 지켰지만 전 분기(14.7%)보다 점유율은 0.6%포인트 하락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006400)·SK온)의 합산 점유율은 2분기 26.1%에서 3분기 23.4%로 2.7%포인트 떨어졌다.

중국 업체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스웨덴 노스볼트는 전기차 캐즘과 중국 사업 악화 등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지난달 말 파산했다.

글로벌 ‘빅5’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 역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다양한 폼팩터(모양) 배터리를 개발하면서 고객사 폭을 넓혀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끌어올리는 한편,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새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10월 7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첫 비전공유회에서 비전 및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포트폴리오 다변화·사업 비중 조정 나선 K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미국 완성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각형 배터리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각형·파우치형·원통형 배터리를 모두 양산해 완성차 업계의 다양한 EV 전략에 따른 배터리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SK온 역시 최근 각형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복수의 고객사들과 수주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이외의 사업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리밸런싱에도 나서고 있다. SK온은 최근 현대차가 전기차 전환 과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개발하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용 배터리 대응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전기차 배터리보다 수익성은 낮지만, 틈새시장을 공략해 새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위축에 따라 미국 미시간 공장, 유럽 폴란드 공장 전기차 생산라인 일부를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놀고 있는 라인을 다른 용도로 전환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삼성SDI도 차세대 전력용 ESS 배터리 ‘삼성 배터리 박스(SBB) 1.5’를 최근 미국에서 출시하는 등 ESS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고관세 정책과 탄소 배출 규제 강화 등으로 유럽 시장 반등에 대비해 현재 가동 중인 헝가리 공장 이외에 장기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수요 위축과 중국 배터리 기업 공세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맞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기차용 배터리 숨고르기와 함께 ESS 등 다른 사업 비중을 높이는 등 전반적인 리밸런싱에 한창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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