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대화방은 조직범죄…무료회원 포함 모두 처벌해야"

텔레그램 성 착취 공동대책위원회, 26일 기자회견
공대위 "성 착취 대화방 '조직범죄' 면모…엄벌해야"
"포털·각 기관은 피해자 보호에 적극적 조치해달라"
  • 등록 2020-03-26 오후 5:38:05

    수정 2020-03-26 오후 5:38:05

[이데일리 박순엽 공지유 기자]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찍게 하고 이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 유포·공유한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관련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나왔다.

텔레그램 성 착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은 우리 사회 여성·아동혐오, 성차별적 인식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라며 “성 착취에 가담한 모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게 해 가해자가 활개치고 피해자는 좌절하는 내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 착취는 ‘조직범죄’…무료 회원까지 모두 처벌해야

이날 공대위는 n번방 사건을 조직범죄라고 규정, 가해자들은 일종의 게임처럼 여성 인격을 훼손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텔레그램 성 착취 네트워크는 방을 관리하고자 서열을 만들고, 규칙을 정하고, 심사를 거쳐 참가자를 선정하는 등 조직범죄의 면모를 갖췄다”며 “여성의 인격을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에서 서열은 누가 얼마나 더 여성을 능욕하느냐에 따라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온라인 성 착취 네트워크를 끝장내려면 조주빈이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며 “그는 숱한 성 착취 범죄자 중 하나이며, 시민이 되기 실패한 남성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 활동가는 이어 “조주빈 이전 수많은 가해자를 너그러이 방면해온 검찰·법원은 성 착취 네트워크를 유지한 강력한 원인”이라고도 성토했다.

그러면서 공대위는 조주빈을 포함한 운영진뿐만 아니라 △대화방의 특성·의도를 알면서도 가입비를 낸 뒤 성 착취물을 관전한 ‘소극 가담자’ △단순 관전·시청을 넘어 모욕적 발언을 하고 가학적 행위 등을 부추긴 ‘적극 가담자’ △홍보를 위해 무료로 공유한 성 착취물이 불법 촬영물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시청·소지한 ‘무료회원’ 등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미국, 캐나다처럼 온라인 성 착취 범죄 등 새로운 형태의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 국회, 사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예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외국에선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편화에 따른 성범죄 양상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며 “검·경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 회사들도 참여해 대중에 온라인 성 착취 범죄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주최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해자 보호도 중요…포털·기관 “내버려두지 말아야”

아울러 이날 공대위는 가해자 처벌만큼이나 피해자 보호가 중요하다는 뜻도 밝혔다. 텔레그램 성 착취 피해자를 대리하는 원민경 변호사는 “피해자 인적사항을 공개·유포하는 행위 탓에 피해자와 가족들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성폭력 범죄 피해자 이름을 공개하는 행위나 특정인이 성폭력 범죄를 당했다는 사실을 일컫는 행위는 범죄이자 n번방이라는 조직범죄에 가담하는 행위와 다름없는 반인격적 행위”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포털 사이트와 관련 기관이 피해자들의 신상 공개 행위를 내버려두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원 변호사는 “현행법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 이름이나 사진이 게시돼 피해자 권리를 침해하는 게시물을 임의 삭제·게시 중단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포털은 피해자가 먼저 신고해야 한다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 변호사는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피해자 사진·영상물이 포함된 게시물은 24시간 이내 삭제를 하고 있으나 피해자 인적 사항만 게시됐을 땐 일반 게시물로 분류해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는다”며 “인적사항 유포 역시 심각한 문제이므로 신속하게 삭제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에게도 삭제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대위는 △성 착취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공동변호인단 구성 △성 착취 피해를 지원할 수 있는 지원 네트워크 구축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을 포함한 디지털 기반 성 착취에 강력히 대응하는 법 제·개정 활동 등을 앞장설 방침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한 공대위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탁틴내일·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의전화·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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