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자도 낙태금지"…美 뜨거운 찬반 논쟁

미국 앨라배마주 강력한 낙태금지법 통과
성폭행 근친강간 등에도 예외 없어
낙태 시술한 의사, 1급 살인범과 같은 형량
연방대법원 행 집행정지 여부 주목
  • 등록 2019-05-16 오후 4:48:17

    수정 2019-05-16 오후 4:48:17

△지난 2015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낙태금지법에 반대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체포되고 있다.[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김은비 인턴기자]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성폭행 피해자에 대해서도 낙태를 금지하는 강력한 낙태금지 법안이 통과됐다.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NN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 주지사는 낙태 금지 법안에 서명했다. 앞서 공화당이 다수당인 앨라배마주 상원은 전날 찬성 25표, 반대 6표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이비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태아의 생명권은 다른 권리를 초월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안은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신이 주신 신성한 선물이라는 앨라배마 주의 오랜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산모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험할 때를 제외하고는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성폭행 피해로 임신하게 된 경우나 근친상간으로 아이를 갖게 된 경우 등에 대해서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

법이 시행되면 낙태 시술을 한 여성은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낙태 시술을 하거나 시도한 의사는 중범죄로 기소돼 최대 99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앨라배마주에서 1급 살인범이나 성폭행범에게 내려지는 형량과 같은 수준이다.

낙태 찬성 쪽에서는 법안이 통과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앨라배마주의 낙태금지법에 위헌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여성의 낙태 권리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앨라배마주의 낙태금지법을 “여성의 삶과 근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앨라배마주의 낙태 금지는 잔혹한 일”이라며 “강간범보다 낙태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더 엄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인가”라며 분노했다.

한국에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밀라 요보비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2년 전 낙태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그건 내가 겪은 가장 끔찍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경험이 많은 의사를 통해 안전하게 낙태를 할 수 있는 권리가 또다시 위험에 처했다”고 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주연 배우 크리스 에반스도 트위터에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렇기 때문에 투표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이 실제로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통과된 법안은 6개월 후 효력이 생기는데, 미국 연방대법원이 그사이 법 집행을 정지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 이후 임신 6개월까지 낙태를 인정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에도 이 판결에 따라 임신 6주 후 낙태를 금지한 루이지애나 주에 대해서도 일시적 법 집행 정지 명령을 내렸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미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5 대 4로 우위에 있다. 따라서 앨라배마주의 낙태 금지법에 반대하는 낙태 찬성자들이 연방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오히려 이전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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