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미중 패권전쟁이 더 심화하면서 한국 기판업체들이 반사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함에 따라 중국을 향한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게 뻔한데, 중국 압박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어서다.
그동안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ICT 제조 공급망이 중국 중심에서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국가로 다변화했다. 트럼프 2기엔 한국 기업들이 트럼프 1기보다는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다.
|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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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 압박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중국 업체의 인쇄회로기판(PCB) 채택을 축소함에 따라 한국 기판 업체들이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등에서 불리했던 중국 업체들은 미국 정부 조달시장에서도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부터 중국을 압박하면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산 인쇄회로기판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왔다.
특히 트럼프 2기에서는 더욱 강력한 중국 압박이 이뤄지리란 예측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관세 폭탄 예고 발언을 꾸준히 해왔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관세 10~20%, 중국 수입품엔 60% 관세를 물리겠다는 공약을 했다. 장비의 수출 통제 외에 기술 소프트웨어 등 더욱 폭넓고 광범위한 분야에서 중국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조치가 60%까지 가해진다고 하면 국내 PCB는 수혜를 볼 수 있는 부분 있다”고 설명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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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기판 채택을 축소하고, 중국이 아닌 국가에서 만들어진 기판을 채택해왔다. 한국 반도체 기판 업체들에는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대목이다.
ICT 제조 공급망이 중국 일변도에서 다양한 국가로 분업구조가 변화한 셈이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지난해 국방수권법에서 연방 조달 외주 회사, 2차 외주계약까지도 중국 창신메모리, 양쯔메모리 등 반도체 기업들의 제품 조달을 불가능하게끔 바꿨다”며 “후공정 기판에서도 중국 제품이 아닌 한국, 인도, 대만 등의 제품을 들여오며 ICT 수입처가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사이클을 타고 AI 가속기에 채택되는 기판 수요 역시 늘어나고 있다. 미국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의 AI 가속기 수요 증가로 인해 AI 가속기향 MLB(Multi Layer Board·다층 인쇄회로기판) 매출도 본격화할 수 있다. AI 수요 확대가 MLB 제품의 공급 부족,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