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최근 국내 증시에 새로 상장한 종목들의 주가가 부진하고,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도 늘면서 벤처캐피탈(VC)들의 회수 길이 막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 심리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닷밀은 상장 첫날 공모가를 하회하며 부진한 결과를 냈다. 이는 최근 국내 공모주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앞서 상장한 노머스를 포함해 씨메스, 웨이비스, 클로봇 등 대다수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했다. 배경으로는 다양한 이유가 언급되지만 공모주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VC들은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 여의도 전경.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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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VC 관계자는 “기관과 주관사가 적정 수준의 공모가를 정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몸값을 부풀리는 등 사태가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게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흑자를 내고 있는 안정적인 기업은 상장을 포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성적이 부진하자, 상장을 철회하고 다음 시기를 노리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축산물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 미트박스글로벌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반응을 받아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전날 2차전지 드라이룸 전문기업 씨케이솔루션 또한 동일한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국내 VC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은 주로 기업공개(IPO)나 기업 인수합병(M&A) 중 하나다. 국내의 경우 이 중 IPO를 통해 엑시트를 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발표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신산업 스타트업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경우 IPO가 97.7%, M&A가 2.3%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위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란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가 내건 경제정책의 큰 골자는 관세 인상과 세금 감면으로, 모두 금리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출자자(LP)는 대체투자 비중을 줄이게 되고, VC는 펀드레이징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다른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민간출자자의 빈 공간을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이 채우게 되면 운용규모가 큰 대형 VC에 출자금이 집중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이미 투자한 건에 대한 회수도 쉽지 않아 이중고를 겪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