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진'으로 언론 초대한 이만희...가평 기자회견 막전막후

2일 가평 ‘평화의 궁전’서 이만희 기자회견 열려
취재진 북새통...신천지 피해자 “사기꾼” 고성도
‘이만희 검체 채취’ 현장 찾은 보건소 측과 소동도
  • 등록 2020-03-02 오후 7:34:20

    수정 2020-03-10 오전 1:58:56

[가평=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베일에 싸여 있던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총회장이 2월 중순쯤부터 머문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에서 전격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신천지는 2일 오전에야 기자회견 장소를 가평으로 공지했는데, 한적한 시골 마을이 이 총회장을 보기 위한 취재진들로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회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연수원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천지 신도 사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뒤, 이 총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처음이다. (사진=방인권기자)


이만희 총회장, 질문 잘 못 들어 현장서 보조자 배석

이날 기자회견 전부터 평화의 궁전 앞은 취재진과 경찰, 시위자 등으로 붐볐다. 당초 기자회견은 평화의 궁전 지하 1층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경기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 따라 평화의 궁전 시설 내 기자회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며 정문 앞으로 위치가 변경됐다. 때문에 기자회견이 지연되고 자리 확보가 원활치 않아 취재진과 신천지 관계자들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총회장은 오후 3시 15분쯤 회색 정장을 입고 노란색 넥타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옆에는 보조하는 신천지 관계자가 배석했다. 이 총회장은 다소 힘이 없는 목소리와 부정확한 발음으로 ‘국민에게 죄송하고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 번에 걸쳐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큰절을 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에서 우리 교회를 위해 이렇게 노력해 주시는 데 대해 감사하다”며 “고마움과 동시에 국민과 정부에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 총회장은 “코로나19 사태는 개인의 일이 아니라 재앙이다. 누가 잘하고 잘못했고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재앙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고 하늘도 돌봐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따금 취재진의 질문을 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배석한 여성의 도움을 받아 답변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면서 “조용합시다”라고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궁전 앞엔 시위자 모여들어…신천지, 보건소 관계자 입장 막아

기자회견이 끝나고 신천지와 가평보건소 관계자 간 마찰도 있었다. 가평보건소 직원들은 이 총회장의 검체를 채취하기 위해 평화의 궁전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저지당했다. 한 신천지 관계자는 “지금 언론 플레이하는 것이냐”라며 항의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신천지에서 이 총회장이 이틀에서 사흘 내로 직접 가평보건소에 와 검사를 받겠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 총회장의 발언 도중에 신천지를 규탄하는 이들이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평화의 궁전으로 들어오지 못한 한 남성은 인근 언덕에 서서 “이 사기꾼, 어디 대고 변명하냐”라고 외쳤다.

자식이 신천지에 빠졌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시위자들도 기자회견장에 모여들었다. 신천지에 빠져 행방불명된 딸을 찾고 있다는 임준호(56)씨는 “신천지 때문에 6년 동안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났다”며 “오늘 이만희가 기자회견에 나타난다고 해서 회사도 휴가를 내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임씨의 아내 이연우(54)씨 역시 “신천지로 가출한 자녀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이만희는 가출된 자녀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신천지 신도의 부모는 이만희에게 “종교 사기꾼”이라고 외치며 ‘폴리스 라인’을 뚫고 “이만희를 만나게 해 달라”며 경찰에게 읍소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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