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세종=김미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압승으로 한국 경제가 ‘시계제로’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 전기차 등의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 전반이 타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각 사업에 미칠 여파에 대한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한 대기업 고위인사는 “최대한 많은 시나리오를 상정해놓고 사업별 영향을 따져보고 있다”며 “위협 요인이 적지 않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지지자들에게 축하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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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목받는 것은 반도체다. 업계는 특히 반도체 보조금 축소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당시 “반도체법(칩스법)은 정말 나쁘다”며 해외 기업 보조금에 부정적임을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서 최대 64억달러(약 9조원)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투자 상황에 맞춰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 2기의 의중이 삼성전자의 미국 사업 전략에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서명과 상관없이) 트럼프 당선인이 못 주겠다고 하면 기업들은 못 받는 게 현실”이라며 “투자 축소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인디애나주 공장 건립을 결정한 SK하이닉스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수혜를 받는 전기차와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할 경우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를 통해 “한국, 대만, 일본, 유럽 반도체 기업들에 투자 인센티브를 주는 게 아니라 투자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는 정책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산업계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같은 악재들 탓에 한국 경제성장률이 1.0%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골드만삭스)까지 나올 정도다.
산업계와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선제적이고 빈틈없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예상되는 정책 변화에서 한국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1기를 이미 경험한 만큼 기회 요인이 생길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산업부 제2차관 출신인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정부의 실리적인 외교·협상 노력과 민간의 아웃리치 활동을 병행하면 양국이 ‘윈윈’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협상의 여지는 남겨둘 것으로 보여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