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라디오` 이민정, "채점 앞둔 기분, 두근두근"

  • 등록 2011-12-29 오전 7:10:00

    수정 2011-12-29 오전 7:57:01

▲ 영화 `원더풀 라디오`에 출연한 이민정(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1년 12월 29일자 2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털털하다는 말, 자주 듣죠?” “음… 털털하다기보다는 솔직한 거죠. 아직 전 일반인 마인드도 강해요.”

이민정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시원하다. 입을 가리고 `호호`거리지 않는다. 예쁜 척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웃을 때, 엄마가 여자가 왜 그렇게 웃느냐고 혼낸 적도 있어요. 약간 콤플렉스 같은 게 생겼죠. 깔깔거리는 목소리를 의식적으로 조심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제 웃음인 걸 어떡해요. 그냥 소리내 웃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민정은 만 30세를 앞두고 있다. 데뷔한 지 이제 6년째. 스스로를 연예인과 일반인의 경계에 서있다고 자평한다. “이민정은 수능도 보고 미팅도 하고 엠티도 가 본, 일반인의 정서를 가진 배우”라는 영화 `원더풀 라디오` 권칠인 감독의 말이 딱 맞는다. 이민정은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를 졸업한 후 연극, 드라마, 영화 무대에 순차적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 학교 졸업하고 취직하듯이 학교 졸업하고 연기를 시작한 것일 뿐’이다.

“연예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좋아요. 일반인의 마인드로 본다면 연예계는 좀 답답한 거 같아요. 행동의 제약이 생긴다는 게 가장 힘들어요. 만약 가면을 쓰고 다닐 수만 있다면 밖에 나갈 때마다 매번 다른 가면을 쓰면 될 터인데. 내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게 아쉽죠.”

이민정은 자신을 `깜짝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주목을 받은 덕분에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 이어 `원더풀 라디오’(내년 1월5일 개봉)의 주인공으로 나섰다는 평을 들을 때면 아쉬움이 든다. 스물서너살 때는 은사의 추천으로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 등의 연극 무대에 올랐고, 스물예닐곱살 때는 조연부터 주연까지 순서대로 드라마에 출연했다. 서른을 앞둔 요즘에는 영화 주인공으로 홀로 서게 됐다.

“계단 하나하나를 차곡차곡 밟아온 것 같아요. 계단 두 개를 한번에 오른 적도 없어요. 단역에서,진조연, 주연, 그리고 극을 혼자서 이끌어가는 역할까지 맡게 됐죠. 어느날 갑자기 제가 등장한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제 생각에는 계단을 오르던 저를 어느 순간 발견하신 거라 생각해요.”

`원더풀 라디오`는 그에게 각별하다. `시라노...`에서 엄태웅과 함께 이야기를 끌어갔다면 `원더풀 라디오`는 그 혼자 이야기를 풀어간다. `원더풀 라디오`에서 맡은 역할은 한때 잘나가는 아이돌 가수였지만 라디오 DJ로 생계를 이어가는 신진아라는 인물이다. 이민정은 가수 출신 DJ라는 캐릭터 때문에 기타 연주를 시작으로 노래, 춤 등을 배워야 했다. `시라노...`가 로맨틱 코미디라면 이번 영화는 신진아라는 여자의 자아를 찾는 휴먼 드라마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혼자 끌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찍으면서 큰 부담을 갖지 않게 됐죠. 웃음 코드를 주는 김정태 선배나 내내 옆에서 지켜준 이광수의 힘도 컸어요.”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영화 OST에도 참여했다. `유어마이엔젤`, `어게인` `참 쓰다` 등 세 곡을 불렀다. 다행히 성악을 몇 년 동안 공부했던 게 도움이 돼 어렵지 않게 노래도 불렀다. 2000년 초반 SES와 핑클을 염두에 둔 의상과 헤어스타일에도 적응했다.

“촬영할 때가 가장 행복한 거 같아요. VIP 시사회 때는 마치 시험을 앞둔 기분이랄까? 잠도 제대로 못잤어요. 완성본을 볼 때면 걱정 반, 기대 반이잖아요. 지금은 연기를 할 건 다 한 상태이니, 채점을 앞둔 기분이네요.”

이민정은 앞으로 배우가 아닌 `연예인`으로도 살 수 있다고 표현했다. 연기를 오랫동안 하고 싶지만 뜻대로만 할 수 없는 일.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많은 것을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소한 행복을 잃고 싶지 않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진=김정욱기자 98luke@edail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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