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중문화예술인 신인연기자 교육`에 참여한 안성기(가운데)와 신인 연기자들.(사진=고규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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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5일자 37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지난 2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의 한 회의실. 배우 안성기의 표정은 꽤나 쑥스러워 보였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40명 남짓한 ‘청춘’들을 앞에 두고 자신의 연기 인생을 이야기했다.
이날 자리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의 주최로 ‘대중문화예술인 신인연기자 교육’을 위해 마련됐다. 안성기는 이번 교육 커리큘럼 중 ‘선배 연기자와의 대화’ 순서에 초대됐다. 안성기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메모해놓은 작은 수첩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이 쌓은 경험담을 후배들에게 들려줬다.
연기경력 경력 55년. 배우 안성기는 1957년 아역으로 데뷔한 후 55년 남짓 연기와 인연을 맺었다. 철저한 관리로 오랜 시간을 한 길을 걸어온 그의 행보는 배우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본보기가 됐다. 그 덕분에 그가 얻은 칭호가 ‘국민배우’다. 그의 이야기를 지상 중계한다.
#“배우 이전에 사람이 돼라”
드라마든, 영화든 배우와 스태프 등 많은 사람이 모여서 하는 작업이죠. 배우이기 이전에 좋은 모습, 좋은 느낌이 들 수 있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어요. 인간적으로 `참 저 사람 좋네`, 이런 말을 들어야 해요. 연기를 잘하는 것뿐 아니라 매력 있고 함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연기를 잘하는 데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오히려 현장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면 결국 본인이 손해죠. 사람들은 온 힘을 다할 때 좋아해요.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은 금세 눈에 띄어요. 일상이 아닌 촬영 현장에서만 봐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름답기까지 해요.
#“순간, 그 순간에 집중해라”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촬영하는 ‘그 순간’이죠. 인생도 마찬가지죠. 역할의 크고 작고를 떠나 촬영하는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면 어떤 핑계도 통하지 않는 거예요. 굉장히 짧게 나왔는데 잊히지 않는 역할, 바로 그 순간에 집중한 덕이죠. 그 순간을 놓치게 되면 결과가 빛이 나지 않아요.
언제 어디서든 제 존재의 가치를 보여주는 게 자신을 빛나게 만들어요. 돈을 따르지 않고, 명예를 따르지 않아도 순간에 집중할 때 모든 게 저절로 오는 것 같아요. 책을 많이 읽고,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것도 순간에 몰입하는 비결이죠.
#“불안해 말라. 연기는 마라톤.”
일이 없는 시간, 굉장히 불안하죠. 하지만 연예계 일이라는 게 일희일비할 게 아니에요. 굴곡이 심한 생활을 하게 돼요. 하기에 따라 그 폭을 줄일 수 있어요. 10년, 20년 정도 준비를 하고, 연기를 했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어요? 40세가 넘어 연극 무대에 서다 영화를 하는 분들을 보면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저도 열다섯까지 아역 배우로 활동하다 스물아홉에 다시 성인 배우로 돌아왔어요. 그 기간 얼마나 고민이 많았겠어요. 단거리 선수보다는 마라톤 선수의 마음을 가져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