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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3, 4위전을 마친 임희정(22)은 이날 하루 38홀(연장 포함)의 강행군을 펼쳐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에서도 이런 농담을 건네며 웃음 지었다. 홍정민(20)과 준결승에서 13번홀까지 앞서 가다 막판에 뒤집혀 연장을 허용했고 연장 접전 끝에 당한 패배가 쓰라렸지만, 오히려 “적절한 시기에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경기 감각을 빨리 찾았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이번 대회가 임희정에게 특히 의미가 있는 이유는 시즌 첫 대회를 앞두고 일어난 교통사고의 부상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임희정은 올 시즌을 준비하며 미국에서 알차게 동계 훈련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지난달 KLPGA 투어 시즌 첫 출전 대회로 예정됐던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프로암에 참가하기 위해 대회장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자동차를 폐차할 만큼 큰 사고였고, 임희정은 외상은 없지만 뇌진탕 증세와 통증을 겪었다. 결국 그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출전을 포기했고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메이저 대회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도 기권해야 했다.
아직도 사고 통증으로 근육이 빨리 굳어 제 스윙을 100% 다하지는 못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 교통사고로 인해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정상 궤도로 올라가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임희정은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16강전부터 샷과 퍼트 감각이 살아나면서 거침없는 버디 행진을 펼쳤고 3, 4위전에서는 안송이(32)를 1홀 차로 꺾고 3위를 기록했다. 임희정은 “좋은 시기에 치른 의미 있는 대회”라고 평가했다. 이어 “시즌 초반 악재가 있었지만 앞으로 대회가 많이 남았으니 팬들과 소통하면서 즐겁게 경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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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대회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그는 “실력에 비해 과한 사랑을 받는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면서 “매치플레이 특성상 하루에 36홀을 돌아야 했다”며 “쉽지 않은 일인데 같이 따라 돌아주셔서 감사했고, 특히 안 될 때도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힘이 많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2021년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2년 가까이 이어진 우승 갈증을 마침내 씻어내고는 꾹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해 10월에는 부산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고 마지막 날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7)과 연장 승부를 펼치며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지난해 하반기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던 임희정은 올 시즌 초반부터 차질을 빚었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우승을 하고 다시 한 번 메이저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목표를 분명히 했다. 가장 우승하고 싶은 메이저 대회는 한화 클래식. 이를 위해 미국에서 보낸 동계 훈련 기간에도 쇼트게임 연습에 집중했다. 임희정은 “남은 시즌을 더 기대해달라”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