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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자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 16강 진출을 이뤘다. 인도네시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46위로 24개 참가국 가운데 홍콩(150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약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이번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FIFA 랭킹 94위인 베트남을 1-0으로 꺾으면서 1승 2패 승점 3, 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감했다.
인도네시아는 자신들의 경기가 끝난 뒤에도 16강행을 안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F조 오만-키르기스스탄의 경기에서 두 팀이 무승부에 그치면서 극적으로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대회 전에는 거의 모든 이들이 인도네시아의 조기 탈락을 예상했지만, 그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일본과의 최종전에서는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1-3으로 졌지만, 경기 종료 직전 만회골을 넣으며 강한 인상을 심었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도 경기 뒤 “인도네시아가 신태용 감독의 지도아래 많이 발전했다”고 인정했을 정도였다.
신태용 감독은 현재 인도네시아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인근 국가인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축구 인기도 눈에 띄게 올라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의 열정적인 노력이 이룬 성과다.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이끄는 김판곤 감독도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주인공이다. 한국과 같은 E조에 속한 말레이시아는 1무 2패 승점 1에 그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강력한 우승후보 한국에 밀리지 않고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3-3 무승부를 거뒀다.
FIFA 랭킹에서 말레이시아는 130위로 한국(23위)보다 107계단 아래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사실 상대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게다가 앞선 두 경기에서 모두 패해 16강 진출도 좌절된 상황이었다. 선수들의 승부욕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판곤 감독은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선수들을 독려하고 응원했다.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에 비해 눈에 띄게 체격이 작았다. 최전방 주전 공격수인 파이살 할림(슬랑오르)은 키가 겨우 158㎝에 불과했다.
하지만 투지는 전혀 작지 않았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로도 두려움 없이 맞서 싸웠고 한국 골문을 잇따라 열었다.
신태용 감독과 김판곤 감독의 돌풍에 빗대 그동안 동남아 축구의 강자로 군림했던 베트남의 추락은 대조를 이룬다. 베트남 축구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대표팀을 이끈 박항서 전 감독과 함께 최전성기를 누렸다. 박항서 전 감독은 직전 아시안컵 대회에서 베트남을 8강에 올려놓았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최종 예선에 진출시켰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과 계약이 끝나자 베트남은 재계약 대신 프랑스 출신의 트루시에 감독을 영입했다. 트루시에 감독이 팀을 맡은 뒤 베트남은 ‘박항서 이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D조에서 3전 전패를 당하면서 맥없이 탈락했다.
특히 같은 동남아 국가인 인도네시아에게 패한 것이 베트남 축구팬들을 분노케했다. 축구팬들은 “박항서 전 감독을 다시 팀에 불러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별리그 탈락 수모를 당한 중국도 기존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과 결별하고 최강희, 서정원 등 한국 출신 지도자를 새 사령탑 후보로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박항서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동남아 축구에 정통한 축구 관계자는 “한국인 지도자는 기본적으로 성실한데다 강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팀을 장악하는 능력이 좋다. 아시아 축구 수준과 문화, 환경을 잘 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번 아시안컵을 계기로 동남아에서 한국 지도자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