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미쓰비시컵 우승 이끈 김상식, '제2의 박항서'로 우뚝

  • 등록 2025-01-06 오전 4:06:47

    수정 2025-01-06 오전 4:06:47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김상식 감독이 박항서 전 감독에 이어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축구 정상에 올려놓았다.

김상식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AFPBBNews
김상식 감독이 이끈 베트남은 5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 2024 아세안 미쓰비시일렉트릭컵(이하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지난 2일 홈에서 열린 결승 1차전에서 2-1로 이긴 베트남은 이로써 합계 스코어 5-3으로 태국을 누르고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미쓰비시컵에서 베트남이 우승한 것은 통산 세 번째이자 박항서 전 감독이 이끌었던 2018년 대회 이후 6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베트남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5년 6개월 동안 대표팀을 지휘한 박항서 감독이 물러난 뒤 프랑스 출신 필립 트루시에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박항서 감독 이전의 위치로 다시 추락한 베트남은 트루시에 감독을 경질하고 지난해 6월 부랴부랴 김상식 감독에게 팀을 맡겼다.

김상식 감독도 베트남 대표팀 데뷔전에서 승리한 후 4경기 연속 무승(1무3패)에 그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번 미쓰비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조기 경질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이어졌다.

하지만 김상식 감독은 미쓰비시컵에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 베트남 대표팀에 강한 수비와 빠른 역습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스타일을 확실히 심었다. 베트남 선수들도 김상식 감독의 축구에 잘 녹아들었다.

그 결과 베트남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부터 치른 8경기에서 단 1경기도 패하지 않고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김상식 감독이 강력한 역습 축구를 펼칠 수 있었던 데는 브라질에서 귀화한 공격수 응우옌쑤언선의 존재가 컸다.

김상식 감독은 베트남에 오기 전만 해도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선수 시절 K리그 레전드로 인정받았던 김상식 감독은 감독 데뷔 시즌인 2021년 전북현대를 K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2022년에는 FA컵(현 코리아컵) 우승도 일궈냈다.

하지만 김상식 감독은 2023년 5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면서 지도자 경력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약 1년 동안 야인으로 지내야 했다. 유럽 등을 오가며 축구공부를 이어갔지만 감독으로서 재기할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베트남 대표팀을 맡게 됐고 이는 김상식 감독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이는 역시 한국 축구에서 거의 잊혀질 뻔한 존재였다가 베트남에서 인생 역전에 성공한 박항서 감독과도 닮은 부분이다.

김상식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베트남에서 입지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향후 대표팀을 이끄는데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 틀림없다.

사령탑 부임 후 첫 번째 큰 무대였던 미쓰비시컵에서 우승을 이뤄낸 김상식 감독의 다음 목표는 아시안컵 예선이다. 아시안컵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과 함께 진행됐다. 월드컵 3차 예선에 오른 팀들은 아시안컵 본선 직행 티켓도 함께 받는다.

반면 베트남처럼 월드컵 2차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팀들은 별도의 아시안컵 3차 예선을 치러야 한다. 베트남은 오는 3월부터 라오스, 말레이시아, 네팔과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놓고 경쟁을 펼친다.

이후 올해 12월에 태국 방콕에서 열릴 동남아시아 대회도 김상식 감독에게는 중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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