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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04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
한류 스타의 초상권을 도용한 불법상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데일리가 최근 서울 명동·남대문·을지로·충무로 등 관광객이 몰리는 장소를 찾은 결과, 이런 실태는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는 “생각지도 못한 불법상품 때문에 스타의 이미지뿐 아니라 공식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회사에 피해가 많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불법상품, 일명 ‘짝퉁 상품’을 손수레에서 파는 몇몇 ‘생계형’ 상인을 넘어서 가게를 임대하고 물품을 대량으로 제작·판매하는 ‘기업형’ 상인까지 등장했다. K팝 열풍이 절정에 오른 지난해부터 배용준·장근석 등 배우들의 상품뿐 아니라 동방신기·소녀시대·카라 등 K팝 그룹을 이용한 불법상품이 대거 나타났다. 해외 관광객이 많은 명동·을지로 인근의 가게를 찾은 결과 몇몇 제품은 ‘도매’라는 문구가 버젓이 내걸린 채 판매되고 있었다.
K팝 그룹 등 한류 스타들이 불법상품으로 입는 피해액도 막대하다. 연간 최대 100억원 규모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초상권을 이용한 공식상품이 얼마나 팔리는지 구체적인 통계가 없지만 정품시장의 1/5 규모로 추정된다. 이 시장은 ‘LIIVE TOUR 2012 TONE’이라는 제목의 일본 투어를 끝낸 동방신기가 티켓 매출로 약 760억원, 팬들이 콘서트를 통해 구매하는 공식상품 판매로 약 200억원을 벌어들였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배용준의 소속사인 키이스트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퇴치에 나섰다. DSP엔터테인먼트도 지난 2월부터 독자적으로 초상권 상품을 제작하면서 불법상품 경계에 들어갔다. 장근석의 소속사 트리제이컴퍼니도 지난 4월 초 초상권을 이용한 화보 잡지에 이어 문서 홀더가 불법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공장을 직접 찾아내 그 자리에서 물품을 폐기한 적도 있다.
문제는 이같은 초상권 침해를 해결할 만한 법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데 있다. 초상권은 특정인이 자신의 얼굴은 물론이고 이름·목소리 등을 재산적인 가치로 인정하는 이른바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으로 보호된다. 이를 해결할 만한 법적 제재 장치가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정재곤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정이용진흥국장은 “연예인을 이용한 불법상품은 이른바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해석된다”며 “한류 스타의 초상권 등의 도용을 막기 위한 국내 법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