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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 조아연(22)은 2년 동안 깊은 시련에 빠졌다. 데뷔 첫해 2승을 올리며 성공시대를 예고했으나 이듬해부터 부진의 늪에서 쉽게 나오지 못했다. 추락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골프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가장 잘하는 게 골프라며 생각을 바꾼 그에게 우승이라는 큰 선물이 찾아왔다.
조아연은 8일 충북 충주시 킹스데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시즌 5번째 대회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를 쳐 이가영(23·10언더파 206타)의 추격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019년 4월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이후 우승 침묵에 빠졌던 조아여은 2년 8개월 만에 개인 통산 3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상금 1억4400만원을 받아 상금랭킹은 4위로 끌어올렸다.
첫날 단독 선두로 나섰을 때만 해도 조아연은 “우승 욕심은 없다. 감이 올라온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루키 시절 우승에 집착했고 어떡하든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부진을 겪으면서 순위에 집착하기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면서 골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지나친 우승 경쟁이 자신을 부진의 늪으로 빠뜨린 원인이 됐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욕심을 내려놓은 덕분이었을까. 조아연은 마지막 날 여러 차례 위기가 찾아왔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으면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위기는 경기 초반부터 시작됐다. 1번과 2번홀에서 모두 3m가 넘는 파 퍼트를 남겼다. 실패했더라면 우승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두 번 모두 파로 막아내면서 위기에서 빠져나왔다.
조아연의 흔들림 없는 경기에 경쟁자들이 먼저 실수하며 뒤로 밀렸다. 이다연은 5번홀에서 트리플보기를 해 일찍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1타 차 2위로 추격하던 이가영은 13번홀(파3)에서 보기를 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16번홀(파3)에서 조아연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조아연은 5m가 넘는 파 퍼트를 홀에 넣으면서 또 한 번의 위기에서 벗어났고, 이 홀에서 이가영은 1타를 더 잃어 3타 차 선두로 달아났다.
기세가 오른 조아연은 17번홀(파4)에서 10m가 넘는 버디를 잡아내며 4타 차 선두가 돼 사실상 우승을 굳혔다.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조아연은 그제야 우승하고 싶었다는 속마음을 털어놨다.
올해도 아이언샷 불안으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조아연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새 아이언으로 교체하는 승부수도 던졌다. 그 덕분인지 이번 대회에선 사흘 동안 모두 72% 이상의 그린적중률을 기록했다. 그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지난 대회까지 아이언샷이 워낙 좋지 않았고 ‘아무리 안 돼도 이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아이언을 교체했던 게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선택에 만족해했다.
때마침 이날 골프장에는 부모님이 모두 찾아와 어버이날 좋은 선물이 됐다. 조아연은 “대회장에 함께 다니는 어머니께 짜증도 많이 내고 화를 낼 때도 많았음에도 늘 이해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오늘은 아버지까지 대회장에 오셔서 어버이날에 좋은 선물을 드린 것 같아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78전 79기 우승을 기대했던 이가영은 지난주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만족했다. 개인 통산 4번째 준우승이다.
상금랭킹 1위 유해란(21)이 3위(9언더파 207타), 박지영(26) 4위(8언더파 208타), 이다연(25) 5위(7언더파 207타), 박주영(31)과 박채윤(28)은 공동 6위(이상 6언더파 210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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