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역도 박혜정, “‘포스트 장미란’이란 말에 책임감 느껴”

역도 여자 81kg급 박혜정, 첫 올림픽서 메달 획득 노려
세계 최강 리원원 버티는 가운데 은메달 전망
한국 역도 8년 만에 메달 획득 도전
  • 등록 2024-07-09 오전 12:00:00

    수정 2024-07-09 오전 12:00:00

박혜정(가운데). 사진=AFPBB NEWS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민국 여자 역도의 희망 박혜정(21·고양시청)이 올림픽 무대에서 부담감까지 번쩍 들 준비를 마쳤다.

박혜정은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kg 이상급에 출전한다. 리원원(24·중국)이라는 최강자가 버티는 가운데 박혜정은 첫 메달과 함께 조심히 이변도 꿈꾼다.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서는 박혜정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이번 대회 한국은 축구, 농구, 배구 등 주요 종목에 모두 출전하지 못하며 선수단 규모가 줄었다. 150명이 채 되지 않으며 50명이 나섰던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가장 적다. 자연스레 메달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대한 의존은 더 커졌다.

한국은 1984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19개의 메달을 따냈고 이후 꾸준히 27~33개 사이를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20개로 줄었다. LA 대회 이후 40년 만에 전체 메달 수 20개 선이 무너질 수 있다.

일찍이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던 박혜정은 국제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해 진주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87kg급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리야드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

사진=AFPBB NEWS
올해도 금빛 소식은 이어졌다. 지난 2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인상 128kg, 용상 165kg, 합계 293kg으로 3개 부문 모두 정상에 섰다. 각 부문을 따로 집계하는 아시아선수권과 달리 올림픽은 합계 기록으로만 순위를 가린다. 이어 지난 4월 태국 푸껫에서 열린 2024 국제역도연맹(IWF) 월드컵 여자 최중량급 경기에서는 인상 130kg, 용상 166kg, 합계 296kg으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계속된 금메달 소식에도 올림픽에서의 목표를 메달 획득으로 잡은 건 리원원의 존재 때문이다. 리원원은 인상 145kg, 용상 180kg, 합계 325kg으로 명실상부 세계 최강이다. 최근 박혜정이 금메달을 땄던 대회에서 리원원은 출전하지 않았다.

사진=AFPBB NEWS
파리 올림픽에서는 리원원이 출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박혜정의 현실적인 목표는 메달 획득이다. 한국 역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윤진희(53kg급)의 동메달 이후 메달 소식이 없다. 박혜정 역시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당장 금메달을 노릴 수 없다는 걸 안다”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 랭킹에서도 2위를 차지한 박혜정은 은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다.

박혜정의 롤모델인 장미란(41)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역시 첫술에 배부르지 않았다. 장 차관은 첫 올림픽이었던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혜정에겐 늘 ‘포스트 장미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만큼 한국 역도의 희망이자 간판이다. 박혜정은 ‘포스트 장미란’이라는 별명에 대해 뒤를 이으라는 말인 것 같다면서 “부담스럽긴 하나 선수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즐기고자 한다”라고 답했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SK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SK텔레콤 후원 국가대표 2024 파리 올림픽 출정식에서 역도 국가대표 박혜정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혜정의 당당함은 남자 펜싱의 간판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도 감탄할 정도다. 그는 자신의 첫 올림픽이었던 2012년 런던 대회를 떠올리며 “요즘 박혜정, 황선우(21·강원도청) 등을 보면 ‘나는 왜 저렇게 못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부럽다”라며 “자기 매력을 표출하는 것만 봐도 멋지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묵묵히 올림픽을 준비하는 박혜정은 파리에서 자신의 메달 소식을 전할 멘트도 직접 결정했다. 박혜정과 한 TV 프로그램에서 인연이 된 방송인 전현무(47)는 이번 올림픽에서 역도 경기를 중계한다. 박혜정은 듣고 싶은 중계 멘트를 묻자 “‘믿었던 박혜정이 일냈다’라는 말이 듣고 싶다”라며 파리에서 일을 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편 박혜정이 나서는 역도 여자 81kg급 경기는 올림픽 마지막 날인 8월 11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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