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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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독보적 그 자체다. K팝을 넘어 전 세계 그 어디에도 없는 묵직한 ‘쇠맛’이 15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끝도 없이 쏟아졌다. 심장을 두드리는 듯한 묵직한 사운드, 듣는 내내 속이 뻥 뚫리는 쩌렁쩌렁한 보컬, 무대를 부술듯한 다이내믹 퍼포먼스가 눈과 귀 그리고 오감을 쉴 새 없이 자극했다.
그룹 에스파(카리나·윈터·닝닝·지젤)가 지난달 29~30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두 번째 단독콘서트 ‘싱크 : 패러렐 라인’(SYNK : PARALLEL LINE)을 성황리에 마쳤다. 지난해 2월 같은 장소에서 콘서트를 열었던 에스파는 약 1년 4개월 만에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구성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이번 공연에서는 에스파의 독보적인 ‘쇠맛’을 만끽할 수 있는 26곡을 생라이브로 열창, 이틀간 1만 2000명의 관객을 ‘들었다 놨다’ 했다.
무대 구성도 화려했다. 이번 공연은 다중우주로 새롭게 확장된 에스파의 세계관 스토리에서 착안한 콘셉트로 진행된 만큼 VCR 영상부터 무대 연출, 세트리스트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성이 돋보였다. 특히 무대 전면을 가득 채운 와이드 스크린이 거대한 해방감을 선사, 에스파 멤버들의 얼굴과 표정을 큰 화면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이밖에도 계단형 리프트, 불꽃, 포그 커튼, LED 등 다양한 장치를 활용한 감각적인 연출이 더해져 에스파가 그리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공연을 완성했다.
|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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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부술 듯한 에너지… 거친 쇠맛의 향연에스파는 첫 무대부터 작정한 듯했다. 미니 4집 타이틀곡 ‘드라마’로 포문을 연 에스파는 무대를 부술 듯한 강렬한 에너지와 퍼포먼스로 관객을 압도했다. 에스파 멤버들의 쩌렁쩌렁한 보컬은 공연장 지붕을 뚫는 듯했다. 군무가 펼쳐질 때면 공연장에 진동이 발생한 것처럼 파괴력이 상당했다. 중간중간 터진 화려한 불꽃은 무대를 보는 재미를 극대화했다. 이어진 ‘블랙맘바’ 무대에선 더욱 묵직한 쇠맛이 객석을 강타했다. 에스파의 첫 등장을 알린 데뷔곡인 만큼 ‘블랙맘바’ 무대에선 멤버들의 여유와 자신감이 폭발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특히 시그니처 안무를 멋지게 소화한 뒤 ‘씨익’ 미소 짓는 카리나의 모습이 전면 스크린에 담기자 객석에선 환호가 쏟아졌다.
다중우주로 확장된 에스파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담은 VCR이 상영된 뒤 메가 히트곡인 ‘슈퍼노바’ 무대가 이어졌다. ‘슈퍼노바’는 에스파의 정규 1집 더블 타이틀곡이다. 올해 발매된 곡 중 멜론 최장 주간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혹시 있을지라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중독성을 자랑하는 곡이다.
|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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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가 ‘슈퍼노바’ 무대를 선보이자 객석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관객들은 저마다 포인트 안무를 따라 하고, 노랫말을 떼창하는 등 무대를 열정적으로 즐겼다. 에스파도 무대에 진심이었다. 강력한 쇠맛을 공연장 곳곳에 전달하려는 듯 보컬, 랩, 퍼포먼스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관객들에게 최고의 모습만을 선사했다. 역대 타이틀곡 못지않게 많은 사랑을 받은 ‘도깨비불’ 무대에선 마성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홀리는 듯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서스티’, ‘프롤로그’, ‘롱챗’에선 ‘쇠맛’은 에스파의 청량 매력을 만끽할 수 있었다. 카리나, 지젤, 닝닝, 윈터로 이어지는 4인4색 각기 다른 매력의 음색이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다. 에스파는 함께 무대에 오른 댄서들과 남다른 호흡도 과시했다. 단순히 가수와 댄서가 아닌, 함께 무대에 오르는 동료로서의 팀워크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그중 ‘롱 챗’ 무대에서 카리나가 댄서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함께 호흡을 맞춘 뒤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에스파 닝닝(사진=SM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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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파 윈터(사진=SM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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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4색 솔로 무대… 역대급 그 이상
완전체 무대가 역대급이라면, 솔로 무대는 역대급 그 이상이었다. 에스파 네 멤버의 색깔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맞춤형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쾌감을 극대화했다.
첫 주자로 나선 지젤은 ‘도파민’ 무대를 선보였다. 지젤이 작곡·작사에 참여한 ‘도파민’은 짙은 감성이 느껴지는 R&B 곡으로, 상대에 대한 진심을 숨기기 위해 사랑에 목매지 않는 듯 행동하는 복잡하고 아련한 감성을 담은 노래다. 몽환적이면서도 힙한 바이브를 내세운 지젤은 소위 말하는 도파민 터지는 무대를 선사했다.
두 번째 솔로 주자로 나선 카리나는 ‘업’ 무대를 펼쳤다. ‘UP’은 중독성 있는 후렴과 미니멀한 트랙이 특징한 힙합 댄스곡이다. 카리나가 단독으로 작사에 참여했다. 헤어밴드를 착용한 채로 무대에 오른 카리나는 올드스쿨 콘셉트를 제대로 살린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관절 단위로 움직이는 세밀한 안무 구성, 비트 하나마저 놓치지 않는 디테일에 쿨하게 퇴장하는 모습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 그 자체였다.
| 에스파 지젤(사진=SM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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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파 카리나(사진=SM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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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닝은 세 번째 주자로 나서 ‘보어드’를 열창했다. ‘보어드’는 닝닝의 개성 있는 탑라인과 리드미컬한 트랙이 특징인 R&B 댄스곡이다. 닝닝이 작사에 참여한 가사에는 강렬하게 시작돼도 끝내 지루해지고 마는 사랑의 이면적인 감정을 담았다. 닝닝은 특유의 몽환적인 음색에 걸맞은 칠한 바이브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마지막 솔로 주자는 윈터였다. 윈터는 시원한 EDM 사운드가 매력적인 ‘스파크’ 무대를 선곡했다. 윈터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이 곡은 작은 불씨 하나로 뜨겁게 사랑에 빠지는 감정을 은유적으로 담아냈다. 여신 같은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 윈터는 실루엣 안무를 통해 관능적인 매력을 뽐냈고, 객석을 배경으로 한 채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색다른 시도가 돋보였다.
윈터는 솔로 무대를 마친 뒤 “마이(팬덤명)들과 함께 하고 픈 마음에 색다른 안무 구성을 시도했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 나이비스(사진=SM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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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비스 게스트 깜짝 등장… 에스파와 한 무대다시 완전체로 무대에 오른 에스파는 히트곡 퍼레이드로 객석을 다시 뜨겁게 달궜다. 스포티한 의상을 입고 등장한 에스파는 ‘스파이시’를 열창하며 관객들의 떼창과 호응을 여유롭게 이끌어냈다. 애플 오리지널 영화 ‘테트리스’ 주제곡 ‘홀드 온 타이트’, TV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리코와 로드의 모험’ 오프닝 테마곡 ‘위 고’ 무대에선 관객들과 입을 맞추며 함께 노래했다. 강렬한 록 사운드가 돋보인 ‘시대유감’ 무대에선 관객 전원이 기립, 에스파 멤버들의 파워풀한 보컬에 맞춰 방방 뛰어 놀았다.
공연 말미에는 에스파표 쇠맛을 만끽할 수 있는 넘버의 무대가 끝도 없이 쏟아졌다. 거친 질감의 ‘트릭 오어 트릭’, ‘셋 더 톤’, ‘넥스트 레벨’ 무대는 밴드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듣는 쾌감을 배가시켰다. 특히 정규 1집 더블 타이틀곡 ‘아마겟돈’ 무대에선 관객 전원이 에스파 제5멤버가 된 것처럼, 함께 춤추고 떼창하는 등 공연을 온몸으로 즐겼다.
앙코르도 화끈했다. ‘아이너지’를 비롯해 ‘바하마’, ‘목소리’까지 무려 3곡을 열창,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쩌렁쩌렁한 보컬을 보여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 에스파&나이비스(사진=SM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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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로는 나이비스가 깜짝 등장해 놀라움을 안겼다. SM의 첫 버추얼 아티스트이자 에스파 세계관 스토리 속 조력자 캐릭터인 나이비스(nævis)는 아나모픽 3D 기법으로 와이드 스크린을 활용한 무대를 선사했다. 나이비스는 플랫(FLAT)에서 리얼 월드(REAL WORLD)로 넘나들며 본격적으로 펼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에스파 멤버들은 앙코르 무대를 선보인 뒤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윈터는 “이렇게 콘서트 하나만 해도 여러 가지 모습이 있는데 저희가 아직 보여드린 게 없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하며 “앞으로 더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 다음에는 더 큰 공간에서 많은 마이분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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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은 “이번 콘서트를 같이 만들어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콘서트를 통해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줄 거고 계속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달라”라고 다짐했다.
카리나는 “팬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백날 준비하고 무대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여러분들이 있기에 저희가 비로소 완성이 된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애틋한 팬사랑을 전했다.
닝닝은 “이번 콘서트는 활동 끝나자마자 준비했던 터라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좋은 무대 보여주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다”며 “팬분들께 항상 고맙고, 앞으로도 많은 도시를 갈 테니 그때 또 보자”고 다음을 기약했다.
에스파는 서울을 시작으로 7월 후쿠오카·나고야·사이타마·싱가포르·오사카, 8월 홍콩·타이베이·도쿄·자카르타·시드니, 9월 멜버른·마카오·방콕 등 아시아 및 호주 총 14개 지역에서 월드투어를 이어나간다. 내년 초에는 미주와 유럽으로 투어를 확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