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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라는 직업군이 양극화되는 것 같아요. 전, 좋은 스타를 만난 행운이 작용했어요. 매니저란 라이센스가 없는 직업이어서 전문적일 수도 아니면 전혀 전문적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성장통을 많이 겪은 것 같아요.”
양근환 사장을 운 좋은 사람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양 사장은 SS501 멤버에서 가수 겸 배우로 겸업을 선언한 김현중을 회사로 끌어들인 일등공신이고, 무명에 불과했던 김수현을 영입해 현재 중국어권 최고의 스타로 성장시켰다. 양 사장은 자신의 매니지먼트 철학에 대해 “내적으로 연예인에게 서비스하고 외적으로는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직업”이라고 평했다.
“매니저를 처음 시작하면 3D 업종으로 불릴 만큼 힘든 일이 많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감정 노동자에 가까워져요. 소속 연예인과 대중의 민감한 변화에 밤잠조차 설칠 때가 잦아요.”
양 사장은 지난 2004년부터 배용준과 함께 ‘겨울연가’의 성공에 힘입어 일본 전역을 휩쓸고 다녔다. 도쿄돔 공연 당시 모든 일정이 끝났음에도 객석 뒤편 꼭대기에 앉아서 나가는 팬들에게 두 손 모아 합장하는 자세로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양 사장은 “배용준으로 일본 한류가 일어나 재일교포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게 가장 기쁘다”고 기자에게 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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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은 또래 배우보다 연기, 나아가 일에 대해 몰입도가 뛰어나요. 작품을 누가 고르냐는 물음도 많이 받는데,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김수현 본인이에요. 할 수 있는 것, 캐릭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요. 자기 캐릭터는 배우 자신이 잘 본다고 생각해서 배우 의사를 많이 참조하는 편이에요.”
김수현의 스타 가능성을 꿰뚫었느냐는 물음에 “배우 본인이 대단했지만, 미래를 어떻게 알았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대신 김수현과 관련된 기억 나는 일화를 상기시켰다. 김수현이 막 데뷔한 초기인 지난 2008년, KBS2 1부작 드라마 ‘정글피쉬’ 시사회 당시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된 일화였다. 김수현은 당시 기자 시사회에서 작품을 보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연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생각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김수현은 “PD님과 계속 현장에서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소통을 했는데 자만했었던 것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현장의 소리를 들어보는 게 필요해요. 연예인에게 이미지란 가장 중요한 가치거든요. CF도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어떤 고객에서 어떻게 알려지는지도 따져봐야 해요.”
양 사장은 배용준과 일본, 김수현과 중국을 넘나들면서 일본과 중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은 유일한 매니저다. 경험많은 그는 한류의 미래를 어떻게 평가할까? 양 사장은 콘텐츠만큼 국가 간 정치경제사회적 관계도 중요하다고 평했다. 일본이 혐한류 분위기가 높아진 게 양국 간의 골이 깊어지면서부터라고 분석했다. 중국 역시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자 포맷 수입 제한 등으로 자국 보호에 나서고 있다.
“일본 한류가 떠오를 때 무분별한 진출이 문제가 된 적이 있어요. 중국 한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양국이 동반 상승하는 해법을 찾아내는 게 한류의 지속뿐 아니라 중국 대중문화 발전에도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