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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란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베어 트로피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11월 LPGA 투어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후루에 아야카(일본)와 베어 트로피(최저 타수상)을 놓고 겨뤘다.
대회 시작 전에는 유해란의 평균 타수가 69.98타, 후루에가 70.05타로 유해란의 수상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최종전에서 후루에가 유해란보다 더 낮은 스코어를 기록하면서 역전당했다. 최종 평균 타수는 후루에가 69.99타, 유해란이 70.00타로 단 0.01타 차였다.
유해란은 “대회 출전 수도 조절하면서 타수 관리를 할 걸 그랬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상 욕심이 없는 편이다. 다만 베어 트로피는 제가 받을 확률이 가장 높았는데, 놓쳐서 화가 났다. 마무리가 좋지 않아 2024년에 잘했던 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만족 못한다고 했지만, 유해란은 지난해 LPGA 투어에서 활동한 한국 선수들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2024시즌 9월 FM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26개 대회 중 ‘톱10’에 13차례 이름을 올렸다. 한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하는 CME 글로브 2위, 올해의 선수 4위, 상금랭킹 5위(281만 4903달러·약 41억원)를 기록했다. 세계랭킹도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7위다.
그중 최고의 순간은 FM 챔피언십 우승이다. 당시 유해란은 2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몰아치며 6타 차 선두로 나섰다가, 3라운드에서 6오버파를 기록하고 순위가 급하락했다. 하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다시 8언더파를 치더니 연장전을 벌여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경기였다.
유해란은 당시 우승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연장전 상대는 여자골프 간판 고진영. 부담스러운 상대였지만, 유해란도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최종 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샷이 완벽했으니 같은 홀에서 치르는 연장전에서도 똑같이 샷을 하자고 계산했다. 유해란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소름 돋는 게 뭔지 아세요? 연장전 때 109m 거리에서 서드 샷을 했는데, 정규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남은 서드 샷 거리도 109m였어요.” 계산대로 완벽하게 경기를 치러냈다는 의미다.
유해란의 강점은 아이언이다. 지난해 LPGA 투어 그린 적중률 2위(76.80%)를 기록했다. 스스로 “어떤 상황에서도 그린에 올릴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며 쇼트게임과 비거리도 향상됐다. 지난해 그의 드라이브 샷 평균 비거리는 264.96야드였다. 한국에서 활동할 때보다 20야드가 늘었다. 그는 “미국은 코스가 넓다 보니 마음 놓고 스윙할 수 있어 거리가 늘었다. 피지컬도 좋은 편이라 비거리에 한몫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를 시작으로 매년 1승 이상 하고 있는 유해란은 ‘뱀의 해’를 맞아 7년 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간다는 각오다. 그는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면서 “한국 선수들 우승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결과보다 과정을 봐달라. 많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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