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황금사자상 수상]②김기덕, '불량품' '괴물'에서 세계적 거장

초등학교 졸업 이력으로 미술, 영화 공부한 지 16년 만에
  • 등록 2012-09-09 오전 11:07:57

    수정 2012-09-09 오후 3:41:06

김기덕 감독.(사진=NEW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어릴 적엔 제가 불량품이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에요.” 전 세계적인 영화 거장의 자리에 올라선 김기덕 감독은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규 교육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독학으로 영화에 입문한 그가,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낸 것도 평범하지 않은 인생과 닮았다.

김기덕 감독은 1960년 경상북도 봉화에서 태어났다.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제대로 졸업하지 못해 일반 고등학교가 아니라 공식 학력으로 인정되지 않은 농업학교에 진학했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한국전쟁 때 북한에 포로로 잡혔던 아버지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그를 매로 때리면서까지 말렸다. 15세 때부터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던 피스톤 만드는 공장 등에서 일을 했다. 업무 효율이 높아 최연소 공장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는 또래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정상인가?’라는 회의를 품게 됐다.

김기덕 감독은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해병대에 지원했다. 부사관으로 4년 6개월 간 복무했다. 해병대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겨냈다. 해병대에 있을 때 아버지의 6·25 경험담을 담은 소설 ‘아버지의 전쟁’이라는 습작도 썼고, 각종 포스터 그리기 대회에도 나서게 된다. 제대 후 2년간 남산 맹인학교에서 봉사 활동도 했다.

김기덕 감독은 만 30세가 된 1990년 백남준 작가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100인’이 됐다는 뉴스를 보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아보자’는 생각에 유럽으로 건너간다. 프랑스 남부에서 행인들의 얼굴을 그려주고 용돈을 벌며 3년 가까이 지낸다. 김기덕 감독은 당시 32세의 나이에 처음 본 영화 두 편인 ‘퐁네프의 연인들’ ‘양들의 침묵’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김기덕 감독은 귀국 후 1993년 영화 ‘화가와 사형수’로 영상작가교육원 창작 대상, ‘무단횡단’으로 1995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대상을 받는다. 이듬해인 1996년 첫 영화 ‘악어’를 연출, 감독으로 데뷔한다.

김기덕 감독은 이후 ‘섬’, ‘빈 집’, ‘사마리아’, ‘아리랑’ 등을 통해 각종 국제영화제의 문을 두드렸다. 이어 2001년 ‘수취인불명’으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2001년에는 ‘나쁜 남자’로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다. ‘나쁜 남자’는 국내에서 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한다.

2004년 영화 ‘사마리아’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 2004년 영화 ‘빈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 2005년 영화 ‘활’로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초청 등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감독으로도 떠오른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불우한 인생을 사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서 성폭력, 납치, 살인 등 극단적인 폭력을 다룬다. 간혹 희생양이 된 여성이 자신을 핍박한 남성의 심리에 동조하는 등 비정상적인 이야기 구성으로 평단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2008년 또 다른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김기덕은 2008년 본인이 시나리오를 쓰고 제자인 장훈 감독에게 연출을 맡긴 ‘영화는 영화다’가 13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큰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장 감독이 자신의 곁을 떠나고, 같은 해 ‘비몽’ 촬영 과정에서 배우 이나영이 죽을 위험을 넘겼다는 등 구설에 휩싸이자 홀연 오두막 생활을 하면서 은둔을 시작한다.

김기덕 감독은 2011년 3년 간의 칩거 생활을 끝내고 자신의 고민을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아리랑’으로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돌아온다.

그리고 2012년, 김기덕은 자신의 18번째 작품인 ‘피에타’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첫 번째 한국 감독이 됐다. 영화에 입문한 지 16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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